(왼쪽부터) 토마스 쉬미에라 상품전략본부장(부사장), 루크 동커볼케 디자인담당(부사장),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 김세훈 연료전지사업부장(상무).
(왼쪽부터) 토마스 쉬미에라 상품전략본부장(부사장), 루크 동커볼케 디자인담당(부사장),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 김세훈 연료전지사업부장(상무).
현대자동차그룹이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기아차 고성능사업부장(부사장·56)을 상품전략본부장에 임명하는 등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자동차 상품전략 및 디자인, 미래차 담당 ‘사령탑’을 대거 교체한 게 핵심이다. 바닥으로 떨어진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경쟁력을 갖춘 자동차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피터 슈라이어, 일선에서 물러나

현대차그룹은 29일 고성능차 브랜드인 ‘N’을 총괄해온 쉬미에라 부사장을 현대·기아차 상품전략본부장에 임명했다. 그는 BMW의 고성능 브랜드 ‘M’의 북남미 사업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올해 3월 현대차에 합류해 ‘i30N’과 ‘벨로스터N’ 등 고성능차 모델을 성공적으로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율주행 및 커넥티드카 등 선행상품기획 업무와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기아차의 디자인 부문 수뇌부도 대거 바뀌었다. 새로운 현대·기아차 최고디자인책임자(CDO)에는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부사장·53)이 임명됐다. 현대·기아차 디자인을 총괄하면서 차세대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총괄한다. 그동안 현대·기아차 디자인을 총괄해온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디자인경영담당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상엽 현대스타일링담당 상무(49)는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해 현대디자인센터장을 맡았다. 동커볼케 부사장과 이 전무는 디자인 분야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과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인사로 통한다. 주병철 현대차 프레스티지디자인실장(이사·50)은 상무로 승진해 기아스타일링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는 이번 인사에서 장재훈 고객가치담당 전무를 인사담당(HR사업부장)에 임명했다. 그동안 현대차 인사업무를 맡아온 김원진 전무는 현대파워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수남 현대·기아차 상품전략본부장(부사장)과 이경수 현대차 북미판매법인장(부사장)은 자문으로 위촉됐다.

◆연쇄 수시 인사 이어질 듯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도 했다. 우선 수소전기차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본부 직속의 연료전지사업부를 신설했다. 신임 사업부장엔 김세훈 연료전지개발실장(상무·52)을 임명했다. 그룹 차원의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 대응을 위해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인공지능(AI)을 전담할 별도 조직인 ‘AIR 랩’도 신설했다. 이 조직은 국내 AI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정희 이사(45)가 맡는다. 그는 최근까지 네이버랩스의 인텔리전스그룹 리더로 근무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 이어 러시아권역본부도 새로 설립했다. 내년까지 지역 특성에 맞춘 권역본부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글로벌 자율경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재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연쇄적인 수시 임원 인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 부회장이 실질적 인사 권한을 어느 정도 쥐면서 큰 폭의 임원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올 들어 현대·기아차가 사상 최악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대규모 인사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사장급 이상은 통상 수시 인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한꺼번에 대규모 인사를 하기보다는 연쇄적인 소규모 인사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