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올해 유상증자 참여와 전환사채(CB) 취득으로 계열사에 지원한 금액이 1조6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한 투자지만 일각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부진한 실적에 이 같은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네이버 주가는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회사에 1조6000억 쏟아부은 네이버…주가는 3년來 최저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네이버는 올해 계열사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9146억원을 출자했다. 지난달 일본 라인의 전환사채 발행에 참여해 7517억원어치를 취득한 것을 포함하면 올해 계열사에 제공한 금액은 1조6663억원에 달한다. 지난 6월 말 네이버 현금성자산 2조117억원의 80%가 넘는 규모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한 노력이지만 주가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네이버는 3500원(3.10%) 내린 10만9500원으로 마감했다. 2015년 10월5일(10만8752원) 후 3년 만의 최저치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에 주식시장 침체가 겹치면서 네이버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속히 식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네이버의 검색과 쇼핑 사업 가치만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네이버 시가총액은 올초 30조원대에서 18조원(29일 기준)으로 급감했다. 자회사 실적 부진이 네이버 전체 가치를 깎아내린 탓이다. 네이버는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217억원이었는데,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별도 영업이익은 3148억원에 달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라인의 흑자 전환까지 최소 1~2년이 더 필요해 네이버 전체 이익 부진이 불가피하다”며 “섣불리 저가 매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