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 등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유출에 내부적으로 적지 않은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이 29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한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지난달 27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은, 금융감독원의 고위관계자가 참석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앞으로) 상당 폭의 외국인 자금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부총재가 3개월마다 열리는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외국인 자금의 국내시장 이탈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올 들어 이날이 처음이었다. 윤 부총재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12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간 무역 분쟁, 신흥국 금융 불안 등의 전개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자의 심리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윤 부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한은이 그동안 외국인 자금 향방에 대해 공개적으로 내놓은 전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1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건전성이 양호해 외국인 자금이 큰 폭으로 유출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채권시장에선 “한은이 외국인 자금 유출을 우려하고 있지 않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달 들어 금통위 회의 전날까지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선 각각 2조4605억원, 9838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됐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한은 내부 문건을 보면 금융시장 안정을 정책 목표 중 하나로 삼는 한은이 글로벌 투자금의 한국 엑소더스(대탈출)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난 5월 이후 글로벌 상업은행 등 단기매매 차익을 노리는 외국인의 원화 채권 보유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 세력은 금리나 환율 변동에 따라 자금을 순식간에 넣고 빼는 경향이 강하다.

하헌형/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