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영장 없이 위법하게 이메일을 압수수색 당했다며 검찰의 수사를 비난했다.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9기)는 30일 법원 내부 전산망에 검찰이 최근 자신의 이메일 기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위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한 차례 압수수색을 집행했는데 같은 영장으로 29일 다시 압수수색한 것과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서 법원 전체 직원의 이메일을 탐색한 뒤 김 부장판사와 관련된 이메일을 골라서 압수수색한 방식이 위법이라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에 대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당시 재판장이던 김 부장판사와 재판연구관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수사했다.

김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하고 그 집행을 종료했다면 이미 그 영장은 목적을 달성해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라며 “다시 압수수색할 필요가 있다면 새로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는 것이지 기존에 발부받은 영장의 유효기간이 남았다고 다시 압수수색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영장이 없는 상태에서 법원 전체 이메일이 수색 대상이 됐고 그중 일부가 압수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삭제된 메일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걸려 두 번에 걸쳐 압수수색한 것일 뿐”이라며 “영장 유효기관도 10월 말까지라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위법한 압수수색이었다면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와 협의하에 이메일을 수색했다”고 주장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