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의 탄핵 소추를 제안하면서 법원 내에 충격파가 커지고 있다.

박 의원과 민변 등이 참여한 ‘양승태 사법농단 공동대응 시국회의’는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일부 법관의 탄핵소추안 발의·의결을 촉구했다. 권순일 대법관을 비롯해 이규진 이민걸 김민수 박상언 정다주 판사가 대상이다. 권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차장 시절 대법원의 통상임금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나머지 판사들도 관련 문건 작성 등의 의혹이 있다. 모두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이다.

법관은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는다. 시국회의는 “형사상 범죄로 인한 법률 위반이 아니더라도 중대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관련자의 탄핵 소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탄핵 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 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탄핵심판까지 거쳐야 한다. 아직 국내에서 법관이 탄핵당한 사례는 없다.

법원 내에서는 사법부 독립 침해라는 반응이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민변까지 나서서 탄핵 소추를 추진하는 건 다분히 정치적인 움직임”이라며 “아직 수사 단계인 사안을 놓고 법관을 탄핵하겠다고 겁박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특별재판부에 이어 법관 탄핵까지 사법부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가 이어지는데도 김명수 대법원장은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전 사법부와 지금 사법부를 나눠가며 침묵을 정당화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