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짜리 횡격막 탈장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환자를 진료한 의사 세 명이 이달 초 나란히 법정 구속되면서다. 단순 오진한 의사를 구속한 첫 번째 사례다.

의사협회는 다음달 11일 대규모 궐기대회를 예고했다. 반면 이들의 구속을 결정한 법원과 일부 법조계 관계자 등은 “의사가 환자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지 못해 발생한 과실치사”라며 “구속 결정을 통해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의사 등 구속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30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구속된 3명의 의사를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모씨(42)에게 금고 1년6개월, 송모씨(41)와 이모씨(36)에게 각각 금고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구속된 의사들은 2013년 5월27일부터 6월8일까지 경기 성남의 한 병원을 찾은 A군을 치료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응급의학과 전문의, 가정의학과 전공의다. 복부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A군은 변비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았고 6월9일 인근의 다른 병원에서 횡격막 탈장과 혈흉으로 인한 저혈량 쇼크로 사망했다. 횡격막 탈장은 복부와 흉부를 막는 횡격막에 구멍 등이 생겨 배 쪽에 머물러야 할 장기가 가슴 쪽으로 올라간 상태다. 검찰은 이들 의료진이 A군의 상태를 오진해 사망했다고 판단, 재판에 넘겼다.

◆총궐기대회 예고한 의사들

법원 판단에 의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지난 28일 청와대 앞에서 삭발 시위를 한 최 회장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도 불가피한 나쁜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재판부의 판단은 이 같은 의료 특수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고의성 없는 의사들의 진료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의료분쟁처리특례법을 제정, 의사의 진료 거부권을 명문화할 것 등을 국회와 정부에 요구했다.

다음달 11일에는 의사 13만 명이 모이는 총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총파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각 시·도 의사회와 여의사회 등도 공동성명을 내고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응급실로 내원한 소아환자의 매우 드문 질환까지 의심하지 못했다고 1년 금고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는 것은 응급의료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했다.

◆국민 시선은 ‘싸늘’

의사들의 총파업 논의 소식에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 환자 치료까지 포기하려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직장인 홍모씨(37)는 “동네병원 등에서는 아직도 성의 없이 진료하는 의사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의사가 살인할 의도는 없었더라도 국가에서 받은 면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의 오진이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법원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당시 의료진이 흉부 엑스레이에 나타난 이상 소견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아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의사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횡격막 탈장 진단을 놓쳤고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단순 과실이 아니라 업무상 중과실 사건”이라고 했다.

이지현/임락근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