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바이오 "췌장암, 폐암 진단 키트로 미국 시장 먼저 진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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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돌연변이 유전자와 마이크로RNA(miRNA)를 기존 중합효소연쇄반응(PCR) 장비로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는 시약을 개발했습니다. 중소병원에서도 손쉽게 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남영현 누리바이오 대표(사진)는 "자체 개발한 원천기술 '프로머(PROMER)'를 활용한 특수 시약으로 암 유전자와 마이크로RNA(miRNA)를 검출함으로써 암 진단 정확도를 기존 제품보다 10~100배 높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남 대표는 한림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국방부 무기체계사업단에서 장교로 근무하며 탄저균, 장티푸스 등 생물학 무기에 쓰이는 세균을 검출하는 장비를 개발했다. 이후 미국의 한 바이오 기업에서 10여 년 동안 유전자 분석 기술을 연구하다가 2014년 창업했다.
암이 생기면 암조직에서 떨어져 나온 암 유전자가 혈관을 따라 돌아다닌다. 이 유전자를 순환종양유전자(ctDNA)라고 한다. ctDNA는 양이 적다. 정상 유전자가 1만 개 있으면 ctDNA는 100개 미만에 불과하다. 이를 검출하기 쉽게 ctDNA 수를 늘리는 기술이 PCR이다. 혈액에 특정 유전자에 작용하는 시약을 떨어뜨려 ctDNA 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기존 PCR을 기반으로 하는 이유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디지털 PCR 등 최신 장비를 사용할 때보다 시간과 비용을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리바이오는 2017년 특허를 출원한 '프로머'라는 원천기술을 적용한 시약인 '컨트롤X'를 만들었다. 컨트롤X의 가장 큰 특징은 PCR에 쓰던 기존 시약과 달리 프라이머와 프로브를 합쳤다는 점이다. 프라이머는 어떤 유전자를 증폭할지 표시하는 역할을 하고 프로브는 유전자 증폭 유무와 증폭량을 실시간으로 판독할 수 있는 표지 기능을 한다. 컨트롤X는 본래 시약 두 개를 사용하던 것을 하나만 써도 돼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또 프로머에 RNA를 붙여 유전자 분별 센서로 활용함으로써 암 돌연변이 유전자 수만 많아지게 할 수 있다. 남 대표는 "암 돌연변이 유전자가 적은 경우 정상유전자가 증폭되는 오류가 있었는데 이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 유전자를 검출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마이크로RNA를 검출할 수 있는 것도 누리바이오의 경쟁력이다. 마이크로RNA는 단백질 합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암이 생기면 특정 마이크로RNA가 많이 또는 적게 발현된다. 그는 "최근 액체생검 분야에서 여러 개의 마커를 동시에 찾는 게 대세"라며 "DNA뿐 아니라 miRAN까지 분석하면 암종과 병기, 전이 유무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누리바이오는 프로머를 바탕으로 췌장암과 폐암을 진단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췌장암의 경우 13종의 암 유전자, 폐암은 4종의 암 돌연변이 유전자를 검출할 수 있다. 그는 "두 암이 생존율이 매우 낮아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다른 암보다 크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존스홉킨스대병원과 췌장암의 주요 돌연변이인 KRAS를, 서울대병원과 miRNA로 폐암의 주요 돌연변이 유전자인 EGFR을 검출하는 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시장에 먼저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2020년 상반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남 대표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시장 규모 때문이지만 국가마다 다른 인허가 규제도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라며 "FDA 허가를 받으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바이오 벤처가 해외 시장에 먼저 나서는 게 어려운 이유로 공동 연구를 할 주요 대학, 병원과 접촉하기 힘들다는 점을 꼽았다. 누리바이오는 다국적 제약사가 주관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나 해외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남 대표는 "바이엘, 액센츄어, 필립스, 머크 등이 개최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해 해외 전문가들과 관계를 맺고 인허가 절차, 임상, 시장 상황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항에 대해 자문을 받는 등 사업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며 "이 과정에서 해외 주요 업체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누리바이오는 지금까지 약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말까지 최대 10억원을 추가 유치해 연구개발과 임상에 쓸 계획이다. 남 대표는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상반기까지 폐암과 췌장암 진단 키트에 대한 임상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남영현 누리바이오 대표(사진)는 "자체 개발한 원천기술 '프로머(PROMER)'를 활용한 특수 시약으로 암 유전자와 마이크로RNA(miRNA)를 검출함으로써 암 진단 정확도를 기존 제품보다 10~100배 높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남 대표는 한림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국방부 무기체계사업단에서 장교로 근무하며 탄저균, 장티푸스 등 생물학 무기에 쓰이는 세균을 검출하는 장비를 개발했다. 이후 미국의 한 바이오 기업에서 10여 년 동안 유전자 분석 기술을 연구하다가 2014년 창업했다.
암이 생기면 암조직에서 떨어져 나온 암 유전자가 혈관을 따라 돌아다닌다. 이 유전자를 순환종양유전자(ctDNA)라고 한다. ctDNA는 양이 적다. 정상 유전자가 1만 개 있으면 ctDNA는 100개 미만에 불과하다. 이를 검출하기 쉽게 ctDNA 수를 늘리는 기술이 PCR이다. 혈액에 특정 유전자에 작용하는 시약을 떨어뜨려 ctDNA 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기존 PCR을 기반으로 하는 이유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디지털 PCR 등 최신 장비를 사용할 때보다 시간과 비용을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리바이오는 2017년 특허를 출원한 '프로머'라는 원천기술을 적용한 시약인 '컨트롤X'를 만들었다. 컨트롤X의 가장 큰 특징은 PCR에 쓰던 기존 시약과 달리 프라이머와 프로브를 합쳤다는 점이다. 프라이머는 어떤 유전자를 증폭할지 표시하는 역할을 하고 프로브는 유전자 증폭 유무와 증폭량을 실시간으로 판독할 수 있는 표지 기능을 한다. 컨트롤X는 본래 시약 두 개를 사용하던 것을 하나만 써도 돼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또 프로머에 RNA를 붙여 유전자 분별 센서로 활용함으로써 암 돌연변이 유전자 수만 많아지게 할 수 있다. 남 대표는 "암 돌연변이 유전자가 적은 경우 정상유전자가 증폭되는 오류가 있었는데 이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 유전자를 검출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마이크로RNA를 검출할 수 있는 것도 누리바이오의 경쟁력이다. 마이크로RNA는 단백질 합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암이 생기면 특정 마이크로RNA가 많이 또는 적게 발현된다. 그는 "최근 액체생검 분야에서 여러 개의 마커를 동시에 찾는 게 대세"라며 "DNA뿐 아니라 miRAN까지 분석하면 암종과 병기, 전이 유무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누리바이오는 프로머를 바탕으로 췌장암과 폐암을 진단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췌장암의 경우 13종의 암 유전자, 폐암은 4종의 암 돌연변이 유전자를 검출할 수 있다. 그는 "두 암이 생존율이 매우 낮아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다른 암보다 크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존스홉킨스대병원과 췌장암의 주요 돌연변이인 KRAS를, 서울대병원과 miRNA로 폐암의 주요 돌연변이 유전자인 EGFR을 검출하는 연구를 함께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시장에 먼저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2020년 상반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남 대표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시장 규모 때문이지만 국가마다 다른 인허가 규제도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라며 "FDA 허가를 받으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바이오 벤처가 해외 시장에 먼저 나서는 게 어려운 이유로 공동 연구를 할 주요 대학, 병원과 접촉하기 힘들다는 점을 꼽았다. 누리바이오는 다국적 제약사가 주관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행사나 해외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남 대표는 "바이엘, 액센츄어, 필립스, 머크 등이 개최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해 해외 전문가들과 관계를 맺고 인허가 절차, 임상, 시장 상황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항에 대해 자문을 받는 등 사업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며 "이 과정에서 해외 주요 업체와 협력할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누리바이오는 지금까지 약 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말까지 최대 10억원을 추가 유치해 연구개발과 임상에 쓸 계획이다. 남 대표는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상반기까지 폐암과 췌장암 진단 키트에 대한 임상을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