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석 가리기, '블랙리뷰어'는 전자 제품 전문 리뷰입니다. 소비자 관점을 장착한 한국경제·한경닷컴 기자들이 직접 제품을 체험하고 솔직하게 평가합니다. 제 돈내고 사려는 제품의 제 값을 매기는 게 목표입니다. 전자 관련 소비재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지만, 때에 따라 전혀 다른 제품에도 접근합니다.- 편집자 주>
라이카가 100년 만에 즉석 카메라 '소포트'를 출시했다. 소포트는 독일어로 '지금', '즉시'를 뜻한다. 출고가는 43만원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36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라이카가 100년 만에 즉석 카메라 '소포트'를 출시했다. 소포트는 독일어로 '지금', '즉시'를 뜻한다. 출고가는 43만원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36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100년 기업 독일 '라이카'가 즉석 카메라 시장에 진출했다. 1914년 세계 최초로 35mm 필름 카메라를 선보인 라이카는 유명 작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명품 카메라로 성장했다.

라이카는 10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으로 유명하다. 누구나 써보고 싶지만 아무나 쓸 수 없어 '꿈의 카메라'로 불린다. 그런 라이카가 즉석 카메라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에 카메라 렌즈 5개가 달리는 요즘같은 시대에 말이다.

제품명은 소포트(sofort). 소포트는 독일어로 지금, 즉시, 즉석에서를 뜻한다. 말 그대로 '바로 찍어 뽑을 수 있는 즉석 카메라'를 의미한다. 출고가는 43만원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36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비슷한 스펙의 타사 제품과 비교해 5배 가량 비싸다. 즉석 카메라도 라이카다운 가격이다.
소포트는 고급스러운 외관을 자랑한다. 전면에 부착된 붉은 색의 라이카 로고는 품격을 높인다. 다만 성인 남성이 잡기에도 부담스러운 크기는 단점이다.
소포트는 고급스러운 외관을 자랑한다. 전면에 부착된 붉은 색의 라이카 로고는 품격을 높인다. 다만 성인 남성이 잡기에도 부담스러운 크기는 단점이다.
외관은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다. '라이카스럽다'는 말이 나오는 디자인이다. 색상은 화이트, 오렌지, 민트, 블랙 4종류로 출시됐는데, 블랙이 가장 기존 라이카에 가깝다. 라이카의 상징인 빨간 로고도 눈에 잘 띄는 전면에 부착돼 있다.

전체적인 크기는 성인 남성이 잡기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다. 필름 크기에 따른 당연한 결과지만 휴대성이 떨어지는 건 아쉽다. 완성도는 우수하다. 플라스틱 같은 재질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만큼 무게가 가벼워졌다. 전면에는 뷰파인더, 플래쉬, 초점거리 변환링 등이 있다. 렌즈의 테두리를 돌리면 렌즈 초점을 0.6~3m, 3m~무한대로 바꿀 수 있다. 아날로그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부분이다.

후면에는 총 5개의 버튼이 있는데 위에서 부터 ▲전원 ▲모드설정 ▲플래쉬 ▲타이머 ▲밝기가 있다. 모드는 총 8개로 매크로·전구·자동·자체 타이머·파티 및 인물·스포츠 및 움직임·이중 노출·셀피 등이 있다. 상황에 맞게 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데 활용도는 높지 않았다. 일주일 간 2팩(30장)의 필름을 사용했는데 플래쉬 말고는 사용할 일이 없었다.
소포트는 8개의 모드를 제공해 다양한 촬영이 가능하다. 렌즈 초점거리는 34mm (35mm 환산)로 인물은 물론 풍경 촬영도 무리 없다.
소포트는 8개의 모드를 제공해 다양한 촬영이 가능하다. 렌즈 초점거리는 34mm (35mm 환산)로 인물은 물론 풍경 촬영도 무리 없다.
렌즈는 인물과 풍경 모두에서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34mm 단초점(35mm 환산)이 적용됐다. 초점이 맞는 최단거리는 0.3m로 매크로 모드에서 사용 가능했다. 평상시에는 최소 0.6m 이상 떨어져야 했다.

셔터속도는 1/8에서 1/400까지 제공했으며 기계 셔터를 적용해 소리와 움직임에서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났다. 뷰파인더는 시차보정이 가능한 0.37 배율로 구도를 잡는데 편리했다. 다만 뷰파인더로 보는 화면과 렌즈로 기록되는 장면이 달라 시차가 발생했다. 가까운 물체를 찍을 때 피사체가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노출은 ±0.7스탑까지 지원해 밝기 조절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역광에서 밝기를 올리는 식이다. 내장 플래쉬의 활용도가 가장 높았다. 자동 모드로 촬영할 경우 알아서 플래쉬가 작동돼 편리했다. 하지만 광량이 크지 않아 피사체는 밝고 배경은 어두운 '동굴현상'은 피할 수 없었다.
결과물에서는 즉석 필름 특유의 감성이 묻어난다. 다만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눈에 띄는 차별점을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결과물에서는 즉석 필름 특유의 감성이 묻어난다. 다만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 눈에 띄는 차별점을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필름은 후지필름의 '인스탁스 ISO 800'을 사용할 수 있다. 라이카는 라이카 문구가 새겨진 패키지를 별도 판매하는데 가격은 20장에 3만원이다. 정품 인스탁스 필름도 사용 가능한데 20장에 1만5000원이면 충분하다.

가장 중요한 결과물은 일반적인 즉석 카메라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준이었다. 라이카가 만들고 설계한 만큼 기대가 컸지만 인스탁스 필름을 사용하는 만큼 '인스탁스 이상도 이하도 아닌 수준' 이었다. 한 블로거는 선예도가 뛰어나다고 평가했지만 눈을 씻고 비교해봐도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라이카 소포트는 아이러니하게도 화질을 기대하고 구입할 카메라는 아닌 것 같다. 즉석 카메라를 사고 싶다면 저렴한 금액의 다른 제품을 추천할 정도다. 소포트 살 돈으로 필름을 더 사는게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라이카라는 이름을 소유하고 싶다면 소포트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910만원 짜리 M10-D을 살 수 없으니 소포트로 만족할 수 밖에. 소포트는 라이카가 만든 첫 번째 즉석 카메라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의가 있다.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명품 카메라'. 소포트에 대한 가장 명쾌한 설명이 아닐까.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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