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TV] "역전세는 커녕 상승세"…헬리오시티 전셋값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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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동산 - 송파헬리오시티
12월 역대 최대규모 입주 앞두고 전셋값 되레 올라
집주인들, 장특공제 요건 강화에 "차라리 입주하자"
재건축 이주시기 맞물리고 입주민 커뮤니티 압력도
12월 역대 최대규모 입주 앞두고 전셋값 되레 올라
집주인들, 장특공제 요건 강화에 "차라리 입주하자"
재건축 이주시기 맞물리고 입주민 커뮤니티 압력도
“전셋값이 되려 오르네요. 저희도 이해가 안 돼요.”
1일 만난 서울 가락동 A공인 관계자는 고개를 내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올 연말 역대 최대 규모 입주를 앞둔 ‘송파헬리오시티’ 전셋값이 좀체 떨어지지 않아서다. 최근 들어선 오히려 소폭 오름세다. 연초만 해도 입주폭탄을 예상한 집주인들이 일찌감치 세입자 구하기에 나섰던 단지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9·13 대책 영향…전세 물건 줄어
1만 가구에 가까운 ‘미니 신도시’ 송파 헬리오시티 전셋값이 입주를 앞두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새 아파트 입주 직전 전세가격이 급락하는 것과는 반대의 양상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만 해도 이 아파트 전세는 전용면적 84㎡를 기준으로 6억원대에 여러 건 계약이 이뤄졌다. 하지만 9월부터 전셋값이 7억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지난달엔 7억원 중반대로 올라섰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최근 4단지 저층 물건이 7억40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마쳤다.
이 단지 전세가격은 전용 84㎡를 기준으로 가을께 6억원 지지선이 무너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같은 면적대만 5132가구다. 총 가구수(9510가구)의 절반을 넘어서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딴판이다. 홍순화 삼천공인 대표는 “7억~8억원대가 보편적인 시세”라면서 “가장 낮은 가격이 6억7000만~6억8000만원대”라고 설명했다. 8억 초반~9억원대 전세매물도 종종 나온다.
단지 규모가 큰 만큼 급전세 물건도 어쩌다 나온다. 대개 비정상적인 조건이 붙은 물건이다. 최근엔 전용 84㎡ 급전세 물건이 5억5000만원에 나오기도 했다. C공인 관계자는 “집주인이 입주하기 위해 1년 단기계약 조건을 내걸었다”며 “정상적인 물건이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도 계약이 쉽게 이뤄지않고있다”고 설명했다.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국면이 연출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과거 송파구 잠실·신천동에서 2008년 전후 2만여 가구의 아파트 입주가 동시에 이뤄지자 주변 부동산시장엔 극심한 역전세난이 발생했다. 전용 84㎡ 아파트 전셋값이 2억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헬리오시티 입주 때도 동일한 현상이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대단지 입주=역전세난’ 공식이 헬리오시티에선 통하지 않고 있다. ◆집주인 직접 입주 늘어
왜 예상과 달리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것일까. 일선 중개업소들은 무엇보다 ‘9·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라고 본다. A공인 관계자는 “9·13 대책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이 강화되면서 전세 물건이 확 줄어들었다”며 “나중에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아끼기 위해 차라리 입주를 하겠다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1가구 1주택자가 집을 팔 때는 직접 거주하지 않았더라도 매매가 9억원 초과분에 대해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최대 80%까지 적용했다. 하지만 9·13 대책에서 2년 거주 요건이 생겼다. 조정지역에서 2020년 1월1일 이후 양도분부터는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때 9억원 초과분에 대한 장특공제율이 최대 30%로 줄어든다. B공인 관계자는 “당초 전세 물건이 4000개가량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장특공제 요건 강화로 1000개 정도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 계약은 현재까지 총 400개 정도 맺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세를 놓는 대신 입주를 선택하는 건 최근 치솟은 매매가격과도 관계가 깊다. 이미 9억원을 훌쩍 넘어선 만큼 장특공제율이 줄어들면 내야할 양도세도 확 늘어나서다. 이 아파트 전용 84㎡의 입주권은 최근 15억2500만~16억50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일반분양가와 비교하면 두 배가량 오른 가격이다. 지난달엔 2단지 안쪽 전용 84㎡ 중층 탑상형이 17억원에 팔렸다. ◆서슬 퍼런 입주민 감시에 급매물 못 올려
입주민의 압력도 한몫하고 있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지적했다. 중개업소가 일정 가격 이하 전세매물을 네이버부동산 등에 올리면 입주 예정자들이 떼로 매물을 내리도록 압박을 가한다. 인터넷카페 등을 통해 불량중개업소로 낙인을 씌워 거래를 하지 않기로 공모하거나 매물 등록 사이트에서 단체로 허위매물 신고를 하는 방식이다.
C공인 관계자는 “1년 임대 조건의 전세물건은 입주민들의 항의 때문에 일일이 해명을 해야 했다”면서 “요즘은 아예 포털사이트에 등록하지 않고 직접 대면하는 손님들에게만 소개한다”고 토로했다. 다른 중개업소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B공인 관계자는 “개개인의 사정에 의해서 얼마든 싸게 내놓을 수 있지만 그런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손님을 가장해 수시로 점검하다 보니 입주민들이 조심스럽고 무섭다”고 전했다.
조합원이 아니라 일반분양을 통해 매입한 이들이 전셋값 동향에 민감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세보증금을 높게 받아야 중도금대출을 상환한 뒤 잔금을 내고도 돈이 남아서다.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의 경우 전세를 7억~8억원 수준까지는 들일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금이 필요한 일반분양자들은 전세 최저가를 8억5000만원 정도에 설정해두고 중개업소를 괴롭힌다”고 귀띔했다.
이 아파트의 중도금과 잔금은 전용 84㎡를 기준으로 7억7000만~8억원 안팎이다. 중도금대출 이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대부분은 8억원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현지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일반분양자들이 대부분 저층을 배정받았는데 조합원들이 받은 ‘로열층’보다 전세가격을 높게 부르기도 한다”면서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고 설득하면 기분이 나쁜 기색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재건축 이주 수요도 전셋값 방어…전문가 “입주 충격 적을 듯”
송파구 내 재건축 이주 수요가 이르면 다음달부터 발생한다는 점도 전셋값 하락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미성·크로바 아파트(1350가구)는 이르면 11월 말 이주에 들어간다. 조합은 11월19일 총회를 열어 이주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뒤를 이어 진주아파트(1500가구)도 내년봄께 이주에 들어갈 계획이다. 헬리오시티 입주시기와 겹치는 까닭에 전셋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11월 중순으로 예정된 입주자 사전점검일을 전후해 전세 물건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홍순화 삼천공인 대표는 “17~19일 사전점검 이후 전세를 내놓겠다는 집주인들이 많다”면서 “지하철역에서 다소 거리가 있거나 저층인 집은 조정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전세수요자들에겐 계약 적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공인 관계자는 “입주 막바지인 내년 2~3월께 저렴한 전세 물건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주지정기간은 올해 12월31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다.
대단지인 만큼 주변 아파트 전세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클 전망이다. 반등하던 송파구 전셋값은 이미 주춤하고 있다. 연중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이다 8월(0.20%)과 9월(0.32%) 연속으로 상승했지만 지난달엔 0.07%로 오름폭이 줄어들었다. A공인 관계자는 “헬리오시티 입주를 위해 원래 살던 집에서 이주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면서 “인근 구축아파트 전셋값이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의외로 전세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헬리오시티 가구수 대비 전세 물건의 비중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단지 신축 아파트라는 희소성을 갖고 있다”면서 “재건축 전 가락시영아파트가 소형 면적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대 전세가격은 당분간 견조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장특공제 2년 거주 요건으로 인해 집주인들이 저렴하게 전세를 놓기보단 아예 입주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성·크로바아파트와 진주아파트 등 송파구 일대 재건축 이주 수요도 늘고 있어서 전세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글=전형진/민경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영상=신세원 기자 tpdnjs022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