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지하주차장 밀리다 쿵…"제가 후진하면 뒤로 갔어야죠"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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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 도는 아파트나 상가 지하 회전식 주차장은 운전에 미숙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구간이다.
정체돼 있을 때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가 조금씩 앞으로 이동하면서 순발력 있게 엑셀을 밟아야 하는데 이때 머뭇거리다가는 의도치 않게 뒤로 밀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근 한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는 "인터넷으로만 보던 김여사를 직접 겪었다"는 후기가 올라와 관심을 끌었다.
글을 쓴 A씨는 "상가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려고 진입했는데 이미 꽉 차 있어서 빙빙 도는 구간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때 앞차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두어 번 하더니 후진을 계속해서 경적을 한번 울려 주의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제 차와 추돌했다"고 전했다.
A씨가 "경적 못 들었느냐"고 묻자 50~60대로 보이는 앞차 여성 운전자는 "뒷좌석에 아이도 있고 정신없어서 못 들었다. 죄송하다"고 말 하고 다시 운전석에 올라 떠나려 했다.
A씨가 부딪힌 곳을 보여주며 보험 부르라고 했더니 상대방 운전자는 "어디 차 상한 데도 안 보이는데 무슨 보험이냐"면서 "원래 차에 흠집이 있었으면서 나한테 덤터기 씌우지 말라"고 화를 냈다.
A씨가 "말도 안 된다"고 어이없어 하자 상대방은 "난 인정 못하니까 경찰서 신고하겠다. 어디 말도 안되는 거 가지고 보험이야"라며 112에 실제로 신고했다.
이어 "여자 한 명이라고 겁박하는 것도 아니고, 차가 후진하면 뒤로도 좀 가야지. 일부러 가만있고 보험금 타려는 상습범 아니냐"며 비난을 이어갔다.
A씨는 "잘못하셨으면 보험처리하면 되지. 이 차가 아줌마 차냐. 수리할지 말지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라며 맞섰다.
결국 출동한 경찰은 상대 운전자에게 "보험처리해주셔야 한다"고 말 했고 그제서야 누그러져 보험접수를 했다.
화가 난 A씨는 상대 측 보험사에 "대물 접수는 당연하고 대인 접수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상대가 적반하장으로 나왔으니 좋게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
하지만 상대 운전자는 대인 접수는 인정을 못해주겠다고 했고 보험사에서는 "경찰에 고소를 하던지 아니면 A씨 보험으로 처리하고 나중에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와 동승자 2명은 "우리를 상습 보험 사기꾼으로 몬 상대 운전자를 대상으로 고소를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운전 중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이 같은 사소한 접촉사고.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조기현 변호사는 "운전 미숙으로 후진 사고를 낸 운전자가 먼저 사과하고 보험처리를 했으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 텐데 상대방을 성급하게 보험 사기단으로 몰면서 감정을 악화시킨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미한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는 이른바 '꾀병 환자'는 보험료를 상승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되며 아울러 개인부담이 될 수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
'마디모(MADYMO: MAthematical DYnamic MOdels, 교통사고를 재연해 사고 발생 원인 등을 분석하는 프로그램)'는 보험 사기를 가려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이 도입한 차량 사고 분석 프로그램으로 교통사고 당시 차량 상태, 속도, 탑승자의 키와 몸무게,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탑승자가 입었을 충격과 상해 정도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추정해준다.
'마디모' 감정에 앞서 국과수는 사고 당시 차량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는 '피시-크래시(PC-crash)' 프로그램을 먼저 구동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얻은 차량의 움직임 데이터를 마디모에 입력하면 차량에 가해진 내외부 충격에 따른 탑승자의 움직임과 충격량이 산출된다.
사고로 인한 충격이 있을 경우, 탑승자의 목이나 허리 등 신체 부위별 상해 값을 뽑아내 기준값보다 낮으면 상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판별된다.
국과수 관계자는 "감정 사례의 80%가 경상해 사고"라며 "과도한 합의금을 징수하는 일명 '꾀병' 환자들이 많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례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마디모 감정 결과가 대부분 법원에서 인용이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디모'가 교통사고 분쟁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마디모' 가 운전자가 다칠만 한 사고가 아니었다고 분석했더라도 실제 의사 진단이 반영된 민사소송에서는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기현 변호사는 "되도록이면 소송까지 진행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소송 걸면 피해자가 이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국과수 감정서가 의사의 진단서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마디모는 살아있는 사람 신경, 인대 이런 건 체크가 안 된다"면서 "마디모에서 상해 관련성이 없다고 나오더라도 의사의 소견서가 있으면 소견서가 더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은 마디모 vs 진단서 대결에 대해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하는데 '나일론 환자' 잡을수 있다면 '마디모'가 필요하다고 본다", "충격도 안 느껴지는 경미한 사고에도 2주 입원하시는 분들 많다. 차 조금 찍히거나 흠난 정도의 사고라도 목덜미 잡고 나온다. 이런 분들은 비포장도로 길이나 방지턱 넘는 충격이면 돌아가시는 거 아닐까", "의사 소견서는 정확한가? 병원 가면 염좌로 2주 진단서 손쉽게 나올 수 있는데 이런건 정당하고 국과수 감정이 아무것도 아니란 건 납득이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움말=법알못 자문단 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정체돼 있을 때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가 조금씩 앞으로 이동하면서 순발력 있게 엑셀을 밟아야 하는데 이때 머뭇거리다가는 의도치 않게 뒤로 밀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근 한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는 "인터넷으로만 보던 김여사를 직접 겪었다"는 후기가 올라와 관심을 끌었다.
글을 쓴 A씨는 "상가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려고 진입했는데 이미 꽉 차 있어서 빙빙 도는 구간에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때 앞차가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두어 번 하더니 후진을 계속해서 경적을 한번 울려 주의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제 차와 추돌했다"고 전했다.
A씨가 "경적 못 들었느냐"고 묻자 50~60대로 보이는 앞차 여성 운전자는 "뒷좌석에 아이도 있고 정신없어서 못 들었다. 죄송하다"고 말 하고 다시 운전석에 올라 떠나려 했다.
A씨가 부딪힌 곳을 보여주며 보험 부르라고 했더니 상대방 운전자는 "어디 차 상한 데도 안 보이는데 무슨 보험이냐"면서 "원래 차에 흠집이 있었으면서 나한테 덤터기 씌우지 말라"고 화를 냈다.
A씨가 "말도 안 된다"고 어이없어 하자 상대방은 "난 인정 못하니까 경찰서 신고하겠다. 어디 말도 안되는 거 가지고 보험이야"라며 112에 실제로 신고했다.
이어 "여자 한 명이라고 겁박하는 것도 아니고, 차가 후진하면 뒤로도 좀 가야지. 일부러 가만있고 보험금 타려는 상습범 아니냐"며 비난을 이어갔다.
A씨는 "잘못하셨으면 보험처리하면 되지. 이 차가 아줌마 차냐. 수리할지 말지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라며 맞섰다.
결국 출동한 경찰은 상대 운전자에게 "보험처리해주셔야 한다"고 말 했고 그제서야 누그러져 보험접수를 했다.
화가 난 A씨는 상대 측 보험사에 "대물 접수는 당연하고 대인 접수도 해 달라"고 요구했다. 상대가 적반하장으로 나왔으니 좋게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
하지만 상대 운전자는 대인 접수는 인정을 못해주겠다고 했고 보험사에서는 "경찰에 고소를 하던지 아니면 A씨 보험으로 처리하고 나중에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와 동승자 2명은 "우리를 상습 보험 사기꾼으로 몬 상대 운전자를 대상으로 고소를 생각 중이다"라고 말했다.
운전 중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이 같은 사소한 접촉사고.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조기현 변호사는 "운전 미숙으로 후진 사고를 낸 운전자가 먼저 사과하고 보험처리를 했으면 일이 커지지 않았을 텐데 상대방을 성급하게 보험 사기단으로 몰면서 감정을 악화시킨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미한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는 이른바 '꾀병 환자'는 보험료를 상승시키는 주범으로 인식되며 아울러 개인부담이 될 수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
'마디모(MADYMO: MAthematical DYnamic MOdels, 교통사고를 재연해 사고 발생 원인 등을 분석하는 프로그램)'는 보험 사기를 가려내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이 도입한 차량 사고 분석 프로그램으로 교통사고 당시 차량 상태, 속도, 탑승자의 키와 몸무게,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탑승자가 입었을 충격과 상해 정도를 3차원 입체영상으로 추정해준다.
'마디모' 감정에 앞서 국과수는 사고 당시 차량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는 '피시-크래시(PC-crash)' 프로그램을 먼저 구동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얻은 차량의 움직임 데이터를 마디모에 입력하면 차량에 가해진 내외부 충격에 따른 탑승자의 움직임과 충격량이 산출된다.
사고로 인한 충격이 있을 경우, 탑승자의 목이나 허리 등 신체 부위별 상해 값을 뽑아내 기준값보다 낮으면 상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판별된다.
국과수 관계자는 "감정 사례의 80%가 경상해 사고"라며 "과도한 합의금을 징수하는 일명 '꾀병' 환자들이 많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례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마디모 감정 결과가 대부분 법원에서 인용이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디모'가 교통사고 분쟁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마디모' 가 운전자가 다칠만 한 사고가 아니었다고 분석했더라도 실제 의사 진단이 반영된 민사소송에서는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조기현 변호사는 "되도록이면 소송까지 진행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소송 걸면 피해자가 이길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국과수 감정서가 의사의 진단서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마디모는 살아있는 사람 신경, 인대 이런 건 체크가 안 된다"면서 "마디모에서 상해 관련성이 없다고 나오더라도 의사의 소견서가 있으면 소견서가 더 우선한다"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은 마디모 vs 진단서 대결에 대해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하는데 '나일론 환자' 잡을수 있다면 '마디모'가 필요하다고 본다", "충격도 안 느껴지는 경미한 사고에도 2주 입원하시는 분들 많다. 차 조금 찍히거나 흠난 정도의 사고라도 목덜미 잡고 나온다. 이런 분들은 비포장도로 길이나 방지턱 넘는 충격이면 돌아가시는 거 아닐까", "의사 소견서는 정확한가? 병원 가면 염좌로 2주 진단서 손쉽게 나올 수 있는데 이런건 정당하고 국과수 감정이 아무것도 아니란 건 납득이 안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도움말=법알못 자문단 조기현 중앙헌법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