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日 하야부사2의 성공을 보면서
우주개발 분야에 종사하다 보면 때로는 인류의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인데도 일상사에 쫓기는 생활인의 관점에서는 “참, 한가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다. 소행성 탐사도 그런 사례다.

10월3일 일본의 우주개발 활동을 총괄하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마스코트라는 착륙선을 지구와 화성 주위를 돌고 있는 소행성 류구 표면에 안착시켰다. 마스코트는 류구 표면과 지하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탐사선 하야부사2는 일본이 단독으로 개발했지만 착륙선인 마스코트는 독일 국립우주연구소(DLR)와 프랑스 국립우주센터(CNES)가 공동으로 이룩한 성과여서인지 유럽의 우주전문가들이 일본 못지않게 흥분하는 것 같다. 일반인에게는 “아니, 소행성 돌덩이 좀 가져오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일인가”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소행성 하면 6500만 년 전에 지구와 충돌해 당시 지구를 지배하고 있던 공룡이 멸종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너무도 먼 옛날이야기다.

우주 선진국들이 소행성 탐사를 그토록 열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행성이 우주의 보물창고이기 때문이다. 소행성에는 백금과 같은 지구 표면에서는 얻기 어려운 희귀금속이 매우 많다. 지구 형성 과정에서 희귀 중금속 대부분이 지구 중심 핵으로 가라앉아 지구 표면에서는 희귀금속을 찾기가 쉽지 않다. 반면 류구처럼 지름이 수백m에서 수㎞에 불과한 소행성은 구(球) 모양도 제대로 갖추지 못할 정도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표면에 희귀금속이 널려 있다. 가서 가져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우주발사 비용으로는 경제성을 논하기에 시기상조로 보인다. 그러나 재사용 우주발사체가 상용화되고 달 기지가 건설되는 시기가 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우주발사체에 필요한 연료인 수소와 산화제인 산소를 달 기지에서 태양광이나 핵에너지를 이용, 달에 존재하는 얼음을 분해해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이스X 등 몇몇 기업은 이르면 5년 후 이런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국가가 법을 제정하거나 직접 투자하면서 소행성 개발을 지원하는 국가로는 미국과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UAE), 일본 등이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상업적 우주발사 경쟁력 법’을 제정해 미국의 민간기업과 개인이 우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계기를 터줬다. 1967년 제정된 유엔 우주조약은 소행성을 포함한 모든 우주자원을 인류의 공동 자산으로 규정, 특정 개인이나 국가가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소행성 탐사 등에 법적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자국 법으로 이를 일부 무력화한 것이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룩셈부르크 정부는 딥스페이스 인더스트리라는 소행성 탐사업체에 직접 투자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와 UAE는 소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탐사에 적극적인 이유는 15세기 콜럼버스로부터 시작된 대항해시대에 대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했듯이 앞으로는 우주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인 것 같다.

지구 밖 소행성 등 우주공간에서 경제성 있는 자원 개발을 실현할 수 있는 시기는 짧게는 20년에서 길게는 50년 후로 전망된다. 경제성 실현 시기 전망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재사용 우주발사체와 달에서의 연료 및 산소 조달이 언제 가능해지느냐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도 이런 우주개발사업 확대를 위해 2016년 우주활동법을 제정했다. 이와 함께 1조원이 넘는 우주벤처지원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고 있다.

우주탐사는 더 이상 한가하고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도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서 2035년을 목표로 소행성 탐사를 계획하고 있지만 준비된 것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우리의 강점을 살리고 우리나라만의 특색을 지닌 우주개발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