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밭에 눈이 쏟아진다. 검은 대나무 줄기들은 눈과 바람에 흔들린다. 사선으로 날리는 눈발은 고요하던 대나무밭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사진가 원춘호 씨가 전북 고창에서 찍은 작품인데, 대나무 사진을 모은 ‘죽림설화(竹林雪花)’의 하나다.

[사진이 있는 아침] 죽림설화(竹林雪花)
대나무를 주제로 한 사진이나 회화 작품들은 보통 목가적이고 관조적이다. 대나무가 동양적 아름다움을 지닌 데다 강직함과 올곧음의 상징이라서 그렇다. 그런데 원씨가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담은 대나무밭의 겨울 풍경들은 사뭇 다르다. 눈과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들이다. 사실, 미동 없이 고요하게 살아가는 생명체는 없다. 사람도, 동물도, 나무도, 결실을 맺으려면 수많은 도전을 이겨내야 한다. 원씨는 눈보라에 흔들리는 대나무를 통해, 생존을 위해 시련을 견뎌야 하는 생명체의 운명적 모습을 보여준다. (갤러리그림손 5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