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제 지표가 고꾸라지면서 한국 경제가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공식 판정하는 통계청은 “내년 2월 이후에나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하강 선언' 꾸물대는 통계청
통계청 관계자는 31일 ‘9월 산업활동 동향’ 조사 결과에 대해 “6개월 연속 경기동행지수가 하락하는 등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하강 국면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는 것은 내년 3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본격적인 판단 작업은 내년 2~3월께 각종 통계 지표 확정치가 나온 다음 시작할 것”이라며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 판단이 힘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경기가 작년 5월을 정점으로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현대경제연구원은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 보고서에서 “올 2분기 국내 상황은 경기 후퇴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5월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 초기 단계에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가 “성급한 판단”이라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통계청은 섣불리 경기 하강을 선언할 경우 극심한 혼란이 예상되고, 소비 개선과 수출 증가 등 긍정적 요인도 있어 현시점에서 단정짓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통계청이 경기 하강을 ‘공식’ 확인하면 정부는 이를 근거로 재정지출 확대와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에 나서게 된다.

다만 통계청 내부에서는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월 강신욱 신임 통계청장 취임 직후 통계청이 업무 현안을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주요 업무 현황 보고’에는 “기준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흐름으로 볼 때 하강 국면 진입 주장이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