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도의 다자간 무역협정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오는 12월30일 정식 출범한다. 미·중 무역전쟁 등 세계 무역에서 보호주의 경향이 강화되는 가운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를 차지하는 거대 자유 무역권이 일본 주도로 탄생하게 됐다. 일본은 당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함께 추진하던 미국이 지난해 1월 탈퇴를 선언한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11개 회원국으로 새로운 다자간 무역협정을 성사시켰다.
日 주도 첫 무역동맹 뜬다…美 빠진 'CPTPP' 내달 30일 조기 출범
CPTPP 사무국을 맡고 있는 뉴질랜드의 데이비드 파커 무역수출진흥장관은 31일 “CPTPP 발효에 필요한 6개국의 절차가 완료돼 연내 발효가 가능해졌다”고 발표했다. 멕시코와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싱가포르에 이어 호주가 여섯 번째로 협정 비준 절차를 마무리한 데 따른 것이다.

‘TPP11’으로도 불리는 CPTPP는 회원국의 절반이 넘는 6개국이 비준 절차를 마치는 날을 기준으로 60일 뒤 정식 발효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중순께로 예상됐던 CPTPP 출범이 12월30일로 앞당겨지게 됐다. 11월 중순을 목표로 베트남도 비준 절차를 진행 중이고, 페루 칠레 브루나이 말레이시아도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협정 발효 이후 회원국 간 공산품과 농산물의 수출입 관세가 대폭 철폐된다. 일본은 CPTPP 회원국 공산품의 99.9%, 농수산물의 98.5%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호주와 캐나다 농산물이 싼 가격에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CPTPP 회원국 간 수입 관세 인하로 호주 농업과 수출산업이 큰 이익을 보게 됐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싱크탱크인 캐나다웨스트파운데이션에 따르면 CPTPP가 발효되면 회원국 간 교역이 2.43% 증가하고, 회원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0.074%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손잡고 TPP 출범에 앞장섰다. 2016년 미국과 일본, 캐나다, 호주, 페루 등 12개국이 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전격적으로 탈퇴를 선언해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이 탈퇴한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머지 회원국과 논의를 거듭한 끝에 올해 3월 CPTPP로 자유무역협정을 되살려냈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하는 CPTPP는 몸집 불리기에 나선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협정 발효 이후 CPTPP 회원국들은 내년 초부터 태국, 영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추가 가입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도 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출범하는 CPTPP가 세계 무역에 한줄기 밝은 빛을 비췄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CPTPP를 보호주의의 대항마로 평가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