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성폭행이 자행됐다는 의혹이 정부 공식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벌어진 성폭력 행위를 정부 차원에서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여성가족부·국방부가 공동 구성한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31일 활동을 종료하면서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 총 17건과 연행·구금된 피해자 및 일반 시민에 대한 성추행·성고문 등 여성 인권침해 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대다수 성폭행은 시민군이 조직화하기 전인 민주화운동 초기(5월19~21일)에 광주 시내에서 발생했다. 피해자 연령대는 10~30대였다. 직업은 학생, 주부, 생업 종사 등 다양했다. 피해자 대다수는 총으로 생명을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착용한 다수(2명 이상)의 군인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진술했다. 연행·구금된 여성 피해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성고문을 비롯한 각종 폭력행위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은 △국가의 공식적 사과 표명 및 재발 방지 약속 △피해자 별도 구제절차 마련 △현장 지휘관 추가 조사 △가해자 처벌 대책 마련 등을 제안했다.

조사단은 이번 조사 결과 자료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이관할 예정이다. 진상조사위원회는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상임위원 3명 등 52명으로 구성돼 2년간 독립기구로 활동한다. 자유한국당 위원 추천이 늦어지면서 출범이 지연되고 있다. 진상조사위원회 출범 전까지는 광주시 통합신고센터에서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피해자 면담조사를 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