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주 4·3 책임져야"…10만인 서명 美대사관에 전달
"'나는 사태의 원인에 관심 없다.나의 사명은 오직 진압뿐이다.' 제주 4·3 사건 당시 제주지구 미군사령관 로즈웰 브라운 대령의 이 발언이 대비극의 출발점이었습니다.미국은 4·3 학살에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제주4·3 희생자유족회,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주 4·3 사건에서 미국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하고 주한미국대사관에 10만인 서명을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10월부터 제주 4·3사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5천명은 온라인에서, 나머지는 오프라인에서 서명을 받아 총 10만 9천996명의 서명을 받았다.

이들 단체는 "미군정은 1948년 4·3 직후 브라운 대령을 파견하고 제주 현지의 모든 진압 작전을 지휘·통솔하면서 제주 4·3이 대량학살로 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이제 미국은 4·3의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주 4·3은 냉전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한반도 남쪽에 친미정부 수립을 위해 반대세력을 억압한 반인륜적 인권유린 사태"라며 "인권과 평화에 기초한 정의로운 세계를 구축하려면 미국은 냉전 시대의 어두운 유산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쪽 뺨에 동백꽃을 그려 넣은 채 마이크를 잡은 김춘보 제주4·3 희생자유족회 행불인의회 호남위원장은 "동맹국 미국이 그 당시에 있었던 일에 더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서 우리나라 역사가 바로 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와 함께 서명운동을 벌인 서울 강서구 마곡중학교 2학년 서지혜양은 "그동안 제주의 안타깝고 슬픈 역사를 모르고 있었다는 게 부끄러웠다"며 "제주도민들에게, 한국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미국은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이들 단체는 세종문화회관 아띠홀에 제주 4·3 유족 100여명을 초청해 기록사진을 촬영하는 행사를 하고, 제주 4·3 제70주년 전국화사업의 성과 등을 유족들에게 보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미국, 제주 4·3 책임져야"…10만인 서명 美대사관에 전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