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목의 선전狂 시대] 중국에 뿌리 내리는 무인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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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면 사용 인구 2억4000만 돌파
기자가 살고 있는 중국 선전의 원룸 건물에는 90가구 정도가 입주해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이 건물 1층에 신기한 가게가 들어왔습니다. 이름은 ‘신비(神秘)상점’. ‘신비’의 비밀은 이 가게의 종업원에 있습니다. 바로 종업원이 아무도 없다는 겁니다.
로비 한쪽편에 작은 규모로 마련돼 있지만 술을 포함한 각종 음료부터 컵라면, 치약까지 다양한 용품이 구비돼 있습니다. 당연히 24시간 영업이 가능합니다. 선전도 번화가를 제외하고는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만큼 거주자 입장에서 꽤 매력적입니다. 한밤중에 잠옷 바람으로 잠깐 내려와서 필요한 물건을 사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결제도 어렵지 않습니다. 보이는 화면에서 물건을 터치하거나, 물건을 직접 들고와 오른쪽에 보이면 리더기에 읽히면 구매할 물건 가격의 총합이 표시됩니다. 이렇게 합산된 가격을 중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됩니다. 사람이 있는 가게를 이용하는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보안은 어떻게 되는건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음료수 보관대 위에 있는 보안 카메라가 보안의 전부입니다. 물건을 집어가고 계산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촬영해 1층 공지사항 게시판에 사진을 올려 창피를 준다는 것이 보안 방법입니다. 허술해 보입니다.
사실 신비상점은 또 하나 비밀이 있습니다. 특정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텔의 이용자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 설치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큰 대단지라도 거주자가 아니면 단지 내 출입이 제한되는 중국적인 환경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신비상점 운영업체에 따르면 2016년부터 3년간 운영했지만 이 정도의 보안 대책으로도 도둑질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수십위안 정도의 이득을 위해 이웃들에게 체면을 구기는 짓을 하려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신비상점은 본격적인 무인 편의점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크고 물건의 종류가 다양한 자판기에 가깝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명실 상부한 무인 편의점도 세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이미 선전과 광저우 등에 50개 이상이 출점한 ‘미래(未來)상점’이 그것입니다. 미래상점은 선전의 주요 번화가에서 일반 편의점과 경쟁하는 본격적인 무인 편의점입니다. 200여가지에 이르는 취급 품목 중에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식음료는 물론, 중국식 면과 어묵까지 포함됩니다. 내부는 크게 두 구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메뉴를 선택하고 값을 치르는 직사각형 모양의 주문기와 상품이나 조리된 음식이 나오는 곳입니다. 제가 방문한 미래상점에는 이같은 기기가 각각 세 개씩 있었습니다.또 다른 구역에서는 안에서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앉아 있을 수 있는 식탁과 의자, TV가 있습니다. 결제방식은 신비상점과 비슷합니다. 디스플레이에 뜬 상품과 음식 중에 구매 대상을 선택하고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로 결제합니다. 판매 상품이 바깥에 진열되 있는 신비상점과 달리 매장 내에서는 상품 실물이 없다는 것은 다른 점입니다.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도난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주문대와 판매대 위에 달린 소형 카메라입니다. 이들 카메라는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합니다. 그래서 물건을 받아가는 사람이 주문한 사람과 동일한지를 자동으로 분간할 수 있습니다. 주문대에서 “상품이 몇 번 판매대에서 나옵니다”는 안내를 받고 판매대 앞에 서 있으면 판매대가 사용자를 인식하고 물건을 내어 줍니다. 미래상점에는 또 한가지 재미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자동으로 세척되는 탁자입니다. 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사람 어깨 너비보다 조금 긴 길이만큼의 탁자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갑니다. 내부에서는 물로 탁자의 표면을 씻은 다음 물기를 어느 정도 닦아 내고 다시 고객 앞으로 원 위치시킵니다.
미래 상점의 핵심 기술은 이처럼 보이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미래상점 뒤쪽에는 매장 면적의 20~30% 정도의 공간이 추가로 있습니다. 판매할 상품을 보관하고, 면과 어묵 등을 조리하는 공간입니다. 간단한 식사도 겸하는 중국 편의점을 특성상 자동으로 조리할 수 있는 공간은 필수적이었습니다. 미래상점은 20만번의 테스트를 거쳐 오작동 가능성을 0.01%까지 낮춘 스마트 조리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2014년 푸산에 문을 연 미래상점 1호점. 가운데가 미래상점 창업자 쉬하이청입니다.
미래상점과 신비상점 등 무인 편의점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인건비입니다. 2014년 중국 선전 인근의 중소도시 푸산에서 미래상점 사업을 시작한 쉬하이청은 원래 공장에 부속된 소형 점포를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 인건비가 빠르게 오르면서 일하는 사람이 없는 편의점을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는 판매 상품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무인 편의점은 24시간 가게 문을 열면서도 상품 가격이 일반 점포 대비 10~20% 낮습니다.
제가 사는 원룸 건물의 신비상점이 90가구만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것에서 보듯 낮은 운영비는 보다 쉽게 신규 점포를 낼 수 있다는 장점과도 연결됩니다.
제품 전시공간이 없어 개업을 위해 임대해야할 면적도 일반 편의점보다 적습니다.
미국의 아마존고나 한국에서 신세계나 세븐일레븐이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무인 편의점과 비교해도 장점이 많습니다. 국내 무인 편의점을 사용해 보신 분이면 아시겠지만 이들 점포는 미리 자신의 생체 정보 등을 등록해야 사용이 가능합니다. 역시 도난을 방지한다는 목적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래상점 등은 일반 점포를 이용하는 것과 차이가 사실상 없습니다.
위챗페이 등을 중심으로 QR코드를 통한 제품 구매가 보편화됐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오히려 판매원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대면 접촉을 갈수록 싫어하는 젊은 세대에게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이같은 장점을 등에 업고 미래상점은 광저우와 선전 등지에만 50개 이상 설치됐습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메이는 무인 편의점의 고객 수가 2017년 600만명을 넘어섰으며 2022년에는 2억45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상품이 전혀 진열돼 있지 않은 미래상점 내에 들어서면 차갑다는 느낌이 먼저 듭니다. 이런 저런 상품을 손으로 만져보고 비교해 가며 사는 재미도 없습니다. 음식 조리도 뒤에서 이뤄지는만큼 당장 보이는 음식을 골라 사는 일반 편의점에 비해 미래상점에서 음식을 사서 먹는 이들도 찾기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인 편의점의 솔루션은 중국보다는 한국에서 더 높은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최근 높은 인건비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중국처럼 편의점에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 편의점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24시간 무인편의점이 더 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에 따른 고용 감소는 고민해봐야할 문제입니다.
선전= 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사실 신비상점은 또 하나 비밀이 있습니다. 특정 아파트 단지나 오피스텔의 이용자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 설치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큰 대단지라도 거주자가 아니면 단지 내 출입이 제한되는 중국적인 환경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신비상점 운영업체에 따르면 2016년부터 3년간 운영했지만 이 정도의 보안 대책으로도 도둑질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수십위안 정도의 이득을 위해 이웃들에게 체면을 구기는 짓을 하려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신비상점은 본격적인 무인 편의점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한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크고 물건의 종류가 다양한 자판기에 가깝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명실 상부한 무인 편의점도 세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이미 선전과 광저우 등에 50개 이상이 출점한 ‘미래(未來)상점’이 그것입니다. 미래상점은 선전의 주요 번화가에서 일반 편의점과 경쟁하는 본격적인 무인 편의점입니다. 200여가지에 이르는 취급 품목 중에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식음료는 물론, 중국식 면과 어묵까지 포함됩니다. 내부는 크게 두 구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메뉴를 선택하고 값을 치르는 직사각형 모양의 주문기와 상품이나 조리된 음식이 나오는 곳입니다. 제가 방문한 미래상점에는 이같은 기기가 각각 세 개씩 있었습니다.또 다른 구역에서는 안에서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마시고 싶은 사람들이 앉아 있을 수 있는 식탁과 의자, TV가 있습니다. 결제방식은 신비상점과 비슷합니다. 디스플레이에 뜬 상품과 음식 중에 구매 대상을 선택하고 위챗페이나 알리페이로 결제합니다. 판매 상품이 바깥에 진열되 있는 신비상점과 달리 매장 내에서는 상품 실물이 없다는 것은 다른 점입니다.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도난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주문대와 판매대 위에 달린 소형 카메라입니다. 이들 카메라는 사용자의 얼굴을 인식합니다. 그래서 물건을 받아가는 사람이 주문한 사람과 동일한지를 자동으로 분간할 수 있습니다. 주문대에서 “상품이 몇 번 판매대에서 나옵니다”는 안내를 받고 판매대 앞에 서 있으면 판매대가 사용자를 인식하고 물건을 내어 줍니다. 미래상점에는 또 한가지 재미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자동으로 세척되는 탁자입니다. 앞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사람 어깨 너비보다 조금 긴 길이만큼의 탁자가 안쪽으로 말려 들어갑니다. 내부에서는 물로 탁자의 표면을 씻은 다음 물기를 어느 정도 닦아 내고 다시 고객 앞으로 원 위치시킵니다.
미래 상점의 핵심 기술은 이처럼 보이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미래상점 뒤쪽에는 매장 면적의 20~30% 정도의 공간이 추가로 있습니다. 판매할 상품을 보관하고, 면과 어묵 등을 조리하는 공간입니다. 간단한 식사도 겸하는 중국 편의점을 특성상 자동으로 조리할 수 있는 공간은 필수적이었습니다. 미래상점은 20만번의 테스트를 거쳐 오작동 가능성을 0.01%까지 낮춘 스마트 조리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2014년 푸산에 문을 연 미래상점 1호점. 가운데가 미래상점 창업자 쉬하이청입니다.
미래상점과 신비상점 등 무인 편의점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인건비입니다. 2014년 중국 선전 인근의 중소도시 푸산에서 미래상점 사업을 시작한 쉬하이청은 원래 공장에 부속된 소형 점포를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내 인건비가 빠르게 오르면서 일하는 사람이 없는 편의점을 생각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는 판매 상품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무인 편의점은 24시간 가게 문을 열면서도 상품 가격이 일반 점포 대비 10~20% 낮습니다.
제가 사는 원룸 건물의 신비상점이 90가구만을 대상으로 영업할 수 있는 것에서 보듯 낮은 운영비는 보다 쉽게 신규 점포를 낼 수 있다는 장점과도 연결됩니다.
제품 전시공간이 없어 개업을 위해 임대해야할 면적도 일반 편의점보다 적습니다.
미국의 아마존고나 한국에서 신세계나 세븐일레븐이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무인 편의점과 비교해도 장점이 많습니다. 국내 무인 편의점을 사용해 보신 분이면 아시겠지만 이들 점포는 미리 자신의 생체 정보 등을 등록해야 사용이 가능합니다. 역시 도난을 방지한다는 목적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래상점 등은 일반 점포를 이용하는 것과 차이가 사실상 없습니다.
위챗페이 등을 중심으로 QR코드를 통한 제품 구매가 보편화됐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오히려 판매원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대면 접촉을 갈수록 싫어하는 젊은 세대에게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이같은 장점을 등에 업고 미래상점은 광저우와 선전 등지에만 50개 이상 설치됐습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메이는 무인 편의점의 고객 수가 2017년 600만명을 넘어섰으며 2022년에는 2억45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상품이 전혀 진열돼 있지 않은 미래상점 내에 들어서면 차갑다는 느낌이 먼저 듭니다. 이런 저런 상품을 손으로 만져보고 비교해 가며 사는 재미도 없습니다. 음식 조리도 뒤에서 이뤄지는만큼 당장 보이는 음식을 골라 사는 일반 편의점에 비해 미래상점에서 음식을 사서 먹는 이들도 찾기 쉽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인 편의점의 솔루션은 중국보다는 한국에서 더 높은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최근 높은 인건비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중국처럼 편의점에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 편의점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24시간 무인편의점이 더 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에 따른 고용 감소는 고민해봐야할 문제입니다.
선전= 노경목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