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히말라야 원정대와 셰르파, 처음부터 친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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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에서의 삶과 죽음
셰리 B. 오트너 지음 / 노상미 옮김
쿨 / 468쪽│2만2000원
셰리 B. 오트너 지음 / 노상미 옮김
쿨 / 468쪽│2만2000원
![[책마을] 히말라야 원정대와 셰르파, 처음부터 친구는 아니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811/AA.18150403.1.jpg)
“히말라야는 산에 있는 신이 허락해야만 오를 수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히말라야는 쉽게 인간에게 정상을 내주지 않는 산이다. 그나마 1910년이 돼서야 서구 원정대를 중심으로 히말라야 등반이 시작됐다. 이 같은 히말라야 등반 역사의 뒤엔 기록되지 않은 조력자인 ‘셰르파’가 있었다. 이번에도 한국 산악인 5명과 함께한 셰르파족 네팔인 가이드 4명 역시 등반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었다. 모든 히말라야 등반은 외지인들인 원정대와 히말라야 거주민인 셰르파가 함께 이뤄낸 결과물이다.
두 민족 간 게임은 처음엔 비대칭적 권력 관계 속에서 시작됐고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달랐다. 군사작전하듯 산을 오직 ‘정복’하겠다는 일념으로 찾아온 서구 원정대는 셰르파를 통제하기 어렵고 규율이 안 잡혀, 엄한 아버지의 손길이 필요한 순수한 존재로 바라봤다. 반면 셰르파는 자신들의 평등주의적 문화를 바탕으로 서구 등반가들을 ‘친다크’, 즉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자애로운 보호자로 생각했다. 셰르파는 히말라야의 고산을 등반하기 위한 루트를 짜고 물품을 운반하고 요리와 청소 같은 궂은일을 도맡으며 심부름꾼 같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비대칭적 위계가 수반된 만남 속에서 점차 셰르파들은 서구 등반대와 부딪치게 된다. 문명화된 서구가 비문명화된 다른 민족을 발전시킨다는 전형적인 사고방식인 ‘오리엔탈리즘적 사고’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셰르파들은 스스로 게임의 룰을 바꿔 더 나은 보수와 장비, 더 많은 존중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끝에 조력자에서 나아가 ‘등반대원’으로서 자격을 획득한다. 단순히 서구 등반대의 권력에 순응하거나 저항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권력을 조정하고 조건을 개선하며 결국 이들을 ‘친구’로 만들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