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이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자사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로 이용자 ‘록 인(lock-in: 한 번 이용한 특정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것)’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미국의 OTT 기업 넷플릭스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도 넷플릭스처럼"…콘텐츠 자체 제작 경쟁
◆오리지널 콘텐츠 잇달아 내놔

SK브로드밴드는 자사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나는 길에서 연예인을 주웠다’를 1일부터 독점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이 드라마는 하루살이 싱글녀 이연서가 우연히 월드스타 강준혁을 길에서 만나면서 그려지는 코미디 로맨스다. SBS 드라마 ‘보보경심 려’를 만든 YGSP가 제작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SK브로드밴드가 처음으로 제작비 100%를 투자한 콘텐츠다. 회사 관계자는 “총투자금이 30억원 이상으로 역대 오리지널 콘텐츠 가운데 최고”라며 “투자 규모를 늘려 콘텐츠 생산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시작 전 대만과 일본에 선판매했고 북미와 유럽시장 수출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상파 3사의 합작법인인 콘텐츠연합플랫폼이 운영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푹(pooq)’도 이날 첫 오리지널 드라마 ‘넘버식스’를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KT의 OTT 플랫폼인 ‘올레tv모바일’도 지난달 웹드라마 ‘짝사랑 전세역전’, 아이돌 예능프로그램 ‘아미고TV 시즌4’를 공개했다.

◆넷플릭스 견제할 수 있을까

국내 OTT 서비스 기업들이 속속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은 이용자의 ‘리텐션(재방문)’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지상파·케이블방송의 콘텐츠나 영화, 해외 드라마 등을 제공하는 것만으론 서비스 차별화가 쉽지 않다. 특정 플랫폼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고객을 지속적으로 붙잡을 수 있다.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도 오리지널 콘텐츠였다. 넷플릭스는 2012년 첫 오리지널 콘텐츠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이후 ‘기묘한 이야기’ ‘나르코스’ 등을 내놔 성공했다.

넷플릭스는 서비스 지역을 세계로 넓히면서 국가와 지역에 알맞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시장에 안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한국에서도 ‘국민MC’ 유재석이 출연한 예능 ‘범인은 바로 너’, YG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한 ‘YG전자’ 등을 선보였다.

국내 사업자들의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를 견제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의 한국 유료 가입자는 30만 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국내 사업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자체 콘텐츠 제작에 올해만 80억달러(약 9조원)를 쏟아붓는 등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사업자의 오리지널 콘텐츠 대부분이 아이돌 가수 위주인 이유는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고정 팬이 있어 한류 열풍을 타고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하기 쉽기 때문”이라며 “넷플릭스처럼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