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일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5부 요인과 국회의장단, 여야 5당 대표·원내대표 등과 15분가량 환담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45분께 국회의장 접견실에 도착해 참석자들과 악수한 뒤 “내년도 예산안과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통과)을 부탁드리려고 왔다”며 “협치에 대한 요구가 많은데 11월부터 여·야·정 상설 협의체를 시작하기로 해 조만간 청와대에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민생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며 “정부와 대통령께서 신경 써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환담회에선 선거제도 개편이 화두였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7개 정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제2의 촛불을 들었다”며 “(선거제도 개편에) 힘을 실어달라”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19대 국회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선거제도 개편안을 제시했다”며 “이를 기본으로 비현실적인 부분은 현실화하고 수정·보완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면 선거구제 개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작년 5월 대통령께서 ‘국회가 선거구제를 개편하면 국가 권력 구조도 바꿀 수 있다’고 했다”며 “다당제로의 변화 과정에서 권력 구조도 바꾸는 특단의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문 대통령 시정연설에 대한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문 대통령 연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내년도 예산안의 원활한 국회 통과를 강조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일자리나 혁신 성장, 소외계층에 예산을 편성한 것에 많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에서 민생과 복지, 성장에 필요한 예산을 요구한다면 정부가 더 과감히 수용해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민심과 동떨어진 실망스러운 연설이었다”고 비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민은 일자리를 잃고 아파하는데 대통령께선 경제에 대해 전혀 다른 입장을 내고 있어 걱정”이라며 “공공기관 고용 세습과 관련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어서 문 대통령이 현실을 너무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자화자찬과 변명을 늘어놨다”고 질타했다. 평화당은 “내년 예산안이 양극화 해소의 결과를 가져올지 회의적”이라고 했고, 정의당은 “‘복지 증세’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헌형/배정철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