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 vs '존립위협'…태국 무에타이 아동 출전금지 논란
700년 역사의 태국 전통무예 무에타이가 어린 선수들의 대회 출전금지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였다.

현지 일간 '더 네이션'은 최근 무에타이 대회 출전선수의 연령을 제한하는 입법이 추진되자 무에타이 선수들과 관련 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태국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NLS)는 최근 12세 미만 아동의 무에타이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1999년 복싱법 개정안'을 검토한 뒤 각료회의 승인을 요청했다.

개정안에는 12세 미만 아동의 대회 출전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물론, 20세 미만 선수의 경우 부모의 동의, 15세 미만인 경우 감독기구의 승인을 받아야만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아이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동원되는 데다 격렬한 대회를 치른 아이들이 뇌 등 신체 부위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인권·아동 단체와 의학계의 오랜 비판을 염두에 둔 조처다.
'아동보호' vs '존립위협'…태국 무에타이 아동 출전금지 논란
실제로 맨발로 머리와 몸통을 가격하는 격렬한 무에타이 경기에서는 머리에 충격을 받아 죽거나 크게 다치는 경우도 종종 보고된다.

태국은 공식적으로 도박을 허용하지 않지만 어린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에는 어김없이 거액의 판돈을 거는 도박꾼들이 꼬인다.

아이들을 싸움 붙여 돈벌이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도 태국 곳곳에는 10세 미만의 아이들이 수련하는 무에타이 도장이 성업 중이고 대도시 곳곳에는 소년 선수들이 출전하는 상설 대회장도 있다.

태국은 이런 지적을 고려해 지난 1999년 한차례 관련법을 고쳤다.

그러나 개정법 역시 부모의 동의라는 조건만 추가했을 뿐 15세 미만 아동의 대회 출전을 허용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대부분 가난한 집안 출신의 무에타이 소년들과 그 부모들은 이런 논란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부모의 빚을 갚거나 집안을 일으켜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자발적으로 링에 오르는 소년들이 있는가 하면, 가난을 피하고자 아이들을 싸움판으로 내모는 경우도 있다.

무에타이 수련 2년여 만에 최근 주니어 챔피언이 된 타윈 뿌엔쏘빠(12)는 언론 인터뷰에서 "엄마는 많은 빚을 졌다.

내가 첫 경기에 출전해 받은 돈 몇백 바트를 어머니에게 드렸더니 우시더라"고 말했다.
'아동보호' vs '존립위협'…태국 무에타이 아동 출전금지 논란
또 북동부 우돈타니 지역에서 도장을 운영하는 사라윗 히요시(37)씨는 "사원 청소를 해온 한 소년 선수의 어머니는 아이가 선수생활을 시작하면서 월 6천 바트(약 20만 원) 정도를 벌면서 더는 빚을 내지 않고 살고 있다"고 전했다.

무에타이 선수들과 대회 프로모터 등 관련 업계는 이런 선수들의 딱한 사정과 함께 선수수급 문제로 700년 전통의 무에타이 존립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논리로 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무에타이 선수 출신의 전 세계복싱평의회(WBC) 세계 챔피언 사맛 빠야까룬 등은 최근 당국에 보낸 서한에서 "법이 개정되면 무에타이의 미래도 없다.

무에타이를 없애려는 법 개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외국 선수들은 5∼6세 때부터 타격기 연습을 한다.

법이 바뀌면 어린 선수들이 훈련할 수 없어 태국 복싱의 경쟁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