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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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의 퇴직연금 상품 편입이 허용되면서 시중은행이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은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우선 2%대 중후반 수준의 금리를 갖춘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을 내놨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퇴직연금 상품군에 KB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을 편입했다. 확정기여(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 기준 1년짜리 정기예금의 최고 이율은 연 2.50%, 3년짜리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이율은 2.60%이다.

우리은행은 앞서 지난달 31일부터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저축은행 정기예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DC형과 IRP 기준 2.50~2.60%, DB형은 2.50~2.70%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는 시중은행 정기예금(퇴직연금전용·11월 기준) 금리인 연 1.87~2.02%보다 약 0.7%포인트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6일부터 계열사인 신한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을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판매하기로 했다. 이달 중으로 신한저축은행 외에도 저축은행 두 곳 가량의 상품 론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EB하나은행은 오는 7일 신한저축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상품을 퇴직연금 상품군에 편입하고, 9일에는 페퍼저축은행 정기예금상품을 넣기로 했다. 정기예금 최고이율은 각각 2.30%, 2.50%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9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저축은행의 정기예·적금을 퇴직연금 운용 상품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 감독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신용등급 'BBB-'이상의 저축은행만 퇴직연금에 상품을 넣을 수 있다. DC형, IRP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저축은행별 예금자 보호한도인 5000만원 한도로 가입 가능하다.

저축은행들은 새로 열린 기회를 잡기 위해 신용등급을 신청, 퇴직연금 운용사를 대상으로 예·적금 판매에 나서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현재 'BBB-' 등급 이상을 받은 저축은행은 20여 곳으로 집계됐다. 더케이저축은행(BBB), 대신저축은행(A-), 드림저축은행(BBB-), 부림저축은행(BBB-), 신한저축은행(A), 아이비케이저축은행(A), 에스비아이저축은행(A-), 오에스비저축은행(BBB), 유안타저축은행(BBB), 유진저축은행(BBB), 제이티저축은행(BBB-), 케이비저축은행(A), 키움예스저축은행(BBB+), 키움저축은행(A-), 페퍼저축은행(BBB), 푸른상호저축은행(BBB+), 하나저축은행(A), 한화저축은행(A-), DB저축은행(BBB+), NH저축은행(A) 등이다.

퇴직연금 운용사들은 저축은행의 기업신용등급과 예·적금 금리 등을 비교해 퇴직연금 상품에 편입시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수준에 따라 퇴직연금 가입자의 자금 확보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예·적금이 시중은행 정기예금보다 0.07~0.08%포인트 수준으로 금리가 높은 만큼 DC 및 IRP 퇴직연금 가입자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과거 저축은행 부실사태 여파 등을 고려하면 고객이 신용등급 'A-' 이상의 저축은행 정기예금 상품을 우선적으로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안정지향적 성향이 강하다"며 "DC 및 IRP 가입자의 경우 초기 수요를 끌어갈 수 있겠지만 DB형 가입자인 기업자금은 저축은행보다는 구조화 펀드 등 대안에 보다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저축은행 상품 편입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이 개선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금융위에 따르면 퇴직연금 가입자의 90% 이상이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하면서 지난 2016년부터 퇴직연금 수익률은 평균 1%대에 그치고 있다. 이에 1년 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2% 중반대인 저축은행 상품이 편입되면 수익률이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금융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