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결의안 채택하며 '피폭국' 강조…美눈치 '핵무기금지조약 결의안'엔 반대
日 핵무기철폐결의안 유엔채택…美불참 '피해자코스프레' 빛바래
일본 정부가 제안한 '핵무기 완전 철폐를 향한 새로운 결의를 담은 공동행동 결의안'(핵무기철폐 결의안)이 25년째 유엔에서 채택됐지만, 작년에는 공동 제안국이었던 미국이 빠져 빛이 바랬다.

2일(현지시간)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유엔총회 산하 제1위원회(군축·국제안전 담당)는 전날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핵무기철폐 결의안을 160개국이 찬성한 가운데 채택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참여가 늘며 결의안에 찬성한 국가는 작년보다 16개국 증가했지만, 2016년과 2017년 공동제안국이었던 미국이 일부 내용에 반대하면서 기권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반대하는 핵무기금지조약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며 배려했지만, 미국은 '핵군축에는 안전보장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자국의 주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자국이 히로시마(廣島)·나가사키(長崎)에서 원자폭탄 피폭 피해를 당한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며 핵 없는 세계를 지향한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적극 알리기 위해 지난 1994년 이후 매년 비슷한 결의안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매년 결의안을 제안하면서도 정작 핵무기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핵무기금지조약에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반대하고 있어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6년까지 같은 결의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던 호주와 뉴질랜드는 일본이 핵군축에 대해 후퇴하는 자세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며 작년부터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같은 날 122개국의 찬성으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 비준 촉구 결의안에 대해서도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등과 함께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자국이 제안한 핵무기철폐 결의안의 채택 후 담화를 발표하고 "계속 핵무기가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노력을 해나겠다"고 자찬했지만, 미국과 호주 등의 불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日 핵무기철폐결의안 유엔채택…美불참 '피해자코스프레' 빛바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