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회담 앞두고 공개발언으로 '대립각'…"협상구도 표면화"
고위급회담을 목전에 둔 북한과 미국이 핵심 쟁점인 '제재'와 '검증' 문제를 둘러싸고 최고위급 인사의 공개발언을 통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라디오 방송 '라스 라슨쇼'에 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분명하다"며 "대북 경제제재는 그들(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제거했다는 점을 우리가 검증을 통해 확인할 능력을 얻을 때까지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라디오 방송 '마크 리어던쇼'에서도 "우리가 그것(북한의 핵무기 포기)이 실현됐다는 것을 검증할 기회와 역량을 갖게 된다면 그 후에야 북한에 부과된 경제제재가 없어질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발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강도 높은 '제재 비난'이 북한 관영매체에 보도된 바로 다음 날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강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방문,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의 복리 증진과 발전을 가로막고 우리를 변화시키고 굴복시켜 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어리석게 광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이 1일 보도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악랄한 제재 책동' 등 수위가 높은 표현을 사용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적대감을 표출한 것이다.

이는 조만간 있을 고위급회담 등 북미협상에서 제재 완화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됐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도 폼페이오 장관이 '선(先) 검증, 후(後) 제재해제' 입장을 즉각 재확인하며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북미간 상응조치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핵심적 대북 지렛대인 제재를 완화하려면 그만큼의 비핵화 진전이 필요한 미국과, 어떻게든 제재에 숨통을 터야 하는 북한의 줄다리기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김 위원장의 '제재 비난'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경제적 제재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 나타난 대립각은 협상 판에 영향을 주는 변수라기보다는 중요한 협상 고비를 앞두고 벌어지는 막바지 '기 싸움'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이 밀리는 이미지를 주지 않으려는 정치적 표현일 수 있다"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을 끌고 가기 위한 샅바 싸움"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가 서로 자신의 가장 핵심적인 관심사에 대해 발언했다고 봐야 한다"며 "고위급회담에 임박해서 물밑에 있던 (협상) 구도가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