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돈가스 가게 열 군데를 간다. 그 집 돈가스의 맛과 특징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곳에서 돈가스를 우물거리며 따라간 생각들을 그대로 풀어냈다. 출판사 난다에서 내놓은 책 어떤 돈가스 가게에 갔는데 말이죠 얘기다. 저자는 독립책방 ‘유어마인드’의 대표이자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 에디션’ 운영자다. 그는 서문에 썼다. “지금부터 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돈가스만, 일본의 돈가스 가게만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돈가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어떤 말은 돈가스와 아무런 관련이 없을 터입니다. 돈가스와 상관없는 생각마저 돈가스가 불러오죠. 쓸데없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서 요리에 대한 쓸모없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과 손뼉 치며 나누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가 안내한 대로 1인분의 크기와 공간에 대한 얘기부터 중학생 때의 추억, 대학교 다닐 때 에피소드, 게임 이야기까지를 다양하게 담았다. 돈가스 마이센 아오야마 본점에서 신후지 본점, 돈가스 아오키 다이몬점 등으로 옮겨다니면서 돈가스와 관련된, 그리고 전혀 관련 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군침이 흐르는 요리 장면과 음식에 대한 화려한 묘사는 없다. 가게의 역사와 돈가스의 종류나 유래에 대해 쓴 책도 아니다. 돈가스가 제목인 책에서 돈가스는 배경이고 조연이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책장을 넘기다 보면 바삭하게 튀긴 돈가스 한 입이 간절해지는 책이다. (이로 지음, 이나영 그림, 208쪽, 1만3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