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하고 북한이 4%씩 성장한다?…믿기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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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기자의 Global insight
최근 北 경제성장 주장 잇따라
무역 통계 등 수치상으론 퇴보
제재 영향에 작년 수출 40%↓
올해 GDP 5%이상 감소 가능성
장마당 확산 등 정보수집 한계
정치적 의도에 따라 분석 말아야
최근 北 경제성장 주장 잇따라
무역 통계 등 수치상으론 퇴보
제재 영향에 작년 수출 40%↓
올해 GDP 5%이상 감소 가능성
장마당 확산 등 정보수집 한계
정치적 의도에 따라 분석 말아야
북한 경제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 국제 사회가 강한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는 만큼 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국은행은 작년 북한 경제성장률을 -3.5%로 추정했다. 북한이 5·24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남북한 경제협력에 속도를 내려고 하는 것도 경제가 좋지 않다는 점을 암시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꽤 큰 폭으로 성장했다는 주장이 최근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이기성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교수는 지난달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국내총생산(GDP)이 2016년 296억달러에서 2017년 307억달러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가 지난해 3.7% 성장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투자와 소비, 수출입 등 GDP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경제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고 원유를 아끼기 위한 조치를 시행했다”고만 설명했다.
북한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또 있다. 조호길 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경제가 연평균 4% 성장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영국, 중국대사관 직원들과 얘기해 보면 북한이 1년에 6~7% 성장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우선 경제 제재에 따른 무역 감소를 감안해야 한다. 북한 경제에 대해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무역 관련 통계다. 무역 상대국 통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수출은 17억7000만달러로 전년보다 37.2% 감소했다. 무역적자는 20억달러로 전년의 두 배가 넘었다.
무역 감소는 올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9월 중국과 북한의 교역은 17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7.1% 감소했다. 이 중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금액은 1억5000만달러로 89.6%나 줄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 추계 결과 북한은 수출이 10% 줄어들면 GDP가 0.5% 이상 감소한다”며 “작년 수출이 40% 감소했으니 GDP가 2~3%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추정대로라면 중국으로의 수출이 90% 감소한 올해는 북한 GDP가 5% 이상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작년 북한 경제성장률은 -1%대였을 것”이라며 “올해는 더 감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뒤 ‘북한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말하는 인사들도 있다. 고층 건물이 많아졌고 대형마트도 등장했다는 등의 얘기다. 이 같은 인상평엔 주관이 많이 개입됐을 수밖에 없다. 제재가 강화되기 전인 3~4년 전에 지어진 건물을 보고, 지금도 경제가 좋은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군수물자와 중공업 위주였던 산업 생산이 소비재와 경공업 위주로 바뀌면서 GDP 총량은 늘지 않았는데 경제가 활성화된 것처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 경제가 악화됐다는 분석에도 한계는 있다. 정보가 워낙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식 무역은 줄었어도 밀수는 계속 이뤄질 수 있다. 북한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장마당의 거래 규모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장마당은 2016년 말 이미 4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은 “불가역적 시장화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 경제를 분석할 때 정치적 의도가 앞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벤저민 실버스타인 미국 외교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지난달 외교 전문 매체 디플로매트 기고에서 “북한이 지난해 3.7% 성장했다는 주장은 부분적으로 맞을 수도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 제재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 경제성장률을 과장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대북 제재 효과와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한 오판은 비핵화 전략을 그르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북한 경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적절한 비핵화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usho@hankyung.com
이기성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교수는 지난달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국내총생산(GDP)이 2016년 296억달러에서 2017년 307억달러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가 지난해 3.7% 성장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투자와 소비, 수출입 등 GDP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경제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고 원유를 아끼기 위한 조치를 시행했다”고만 설명했다.
북한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또 있다. 조호길 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경제가 연평균 4% 성장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양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영국, 중국대사관 직원들과 얘기해 보면 북한이 1년에 6~7% 성장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우선 경제 제재에 따른 무역 감소를 감안해야 한다. 북한 경제에 대해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무역 관련 통계다. 무역 상대국 통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수출은 17억7000만달러로 전년보다 37.2% 감소했다. 무역적자는 20억달러로 전년의 두 배가 넘었다.
무역 감소는 올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9월 중국과 북한의 교역은 17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7.1% 감소했다. 이 중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금액은 1억5000만달러로 89.6%나 줄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장기 추계 결과 북한은 수출이 10% 줄어들면 GDP가 0.5% 이상 감소한다”며 “작년 수출이 40% 감소했으니 GDP가 2~3%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추정대로라면 중국으로의 수출이 90% 감소한 올해는 북한 GDP가 5% 이상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작년 북한 경제성장률은 -1%대였을 것”이라며 “올해는 더 감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뒤 ‘북한이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말하는 인사들도 있다. 고층 건물이 많아졌고 대형마트도 등장했다는 등의 얘기다. 이 같은 인상평엔 주관이 많이 개입됐을 수밖에 없다. 제재가 강화되기 전인 3~4년 전에 지어진 건물을 보고, 지금도 경제가 좋은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군수물자와 중공업 위주였던 산업 생산이 소비재와 경공업 위주로 바뀌면서 GDP 총량은 늘지 않았는데 경제가 활성화된 것처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 경제가 악화됐다는 분석에도 한계는 있다. 정보가 워낙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식 무역은 줄었어도 밀수는 계속 이뤄질 수 있다. 북한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장마당의 거래 규모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장마당은 2016년 말 이미 400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은 “불가역적 시장화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 경제를 분석할 때 정치적 의도가 앞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벤저민 실버스타인 미국 외교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지난달 외교 전문 매체 디플로매트 기고에서 “북한이 지난해 3.7% 성장했다는 주장은 부분적으로 맞을 수도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북 제재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 경제성장률을 과장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대북 제재 효과와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한 오판은 비핵화 전략을 그르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북한 경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해야 적절한 비핵화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