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주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시 분위기가 급반전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화학주를 ‘쌍끌이’로 쓸어담았다. 화학주는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중국 내 화학제품 수요 둔화 우려 등으로 지난 수개월간 하락세가 계속됐다. 화학주는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되면 가장 큰 수혜를 볼 업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美·中 통상전쟁 완화 기류…화학株, 모처럼 웃었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화학주는 ‘대장주’ LG화학이 1만9000원(5.60%) 상승한 35만8000원으로 장을 마친 것을 비롯해 롯데케미칼(7.74%) 한화케미칼(10.09%) 대한유화(7.32%) 등이 일제히 급등했다. 외국인은 롯데케미칼(195억원) LG화학(171억원) 한화케미칼(131억원)을, 기관은 롯데케미칼(265억원) LG화학(251억원) 금호석유화학(53억원) 등을 집중 매수했다.

화학기업들은 올 3분기 들어 중국의 화학제품 수요 둔화로 타격을 받았다. 업종 내 시가총액 2위(9조7856억원)인 롯데케미칼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4.3% 감소한 503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도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범용 플라스틱 제품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구매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수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치솟던 국제 유가가 진정세로 돌아선 것도 화학주 주가에 긍정적 요인이다. 원재료 비용이 줄면서 제품 마진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때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예상됐던 국제 유가(서부텍사스원유 기준)는 10월 초 73달러를 찍고 하락세로 돌아서 1일(미국 현지시간) 63.11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화학제품의 기초인 에틸렌의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뺀 금액) 반등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7월 월평균 t당 729달러를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달 410달러로 축소됐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 “유가가 하락 추세로 전환되면서 에틸렌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화학주 프리미엄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화학주 중·장기 전망에 대한 증권업계 의견은 엇갈린다. 미·중 무역전쟁 완화 가능성 및 국제 유가 안정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생산설비 증설 경쟁으로 업황이 구조적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손 연구원은 “다우케미칼, 바스프, LG화학 등 글로벌 화학기업 10곳의 2017~2019년 연평균 에틸렌 생산능력 증가율 추정치는 4.3%로, 중동 화학기업의 생산설비 신·증설이 잇따랐던 2010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대규모 신·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화학업종은 2012~2014년 냉각기를 겪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