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 및 혁신성장전략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물가관계차관회의 및 혁신성장전략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급등하는 쌀값을 잡기 위해 비축미를 방출한다. 수확기가 되면 쌀 공급이 늘어 쌀값이 떨어지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쌀값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벼 수확기에 비축미를 푸는 것은 역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최근 쌀값 급등에 대한 정부 부담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수확기에 가격을 떨어뜨리는 정책을 펴자 농민단체들은 “방출 계획을 철회하라”고 반발했다.

정부는 2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개최한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쌀값 안정을 위해 비축미 5만t을 연내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또 떡·도시락 업체 등에 가공용 쌀을 기존 공급분 27만t에 더해 1만t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고 차관은 “올해 초과 생산이 예상됨에도 쌀 가격 오름세가 지속돼 가격 안정화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쌀값은 벼 수확으로 공급이 늘어나는 10월 들어 오히려 역대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산지 80㎏ 기준으로 지난 9월25일 17만8220원에서 10월에는 19만4772원으로 뛰었다. 과거 최고치는 17만9800원(2013년 10월)이었다.

쌀값이 고공행진하면서 생활물가도 불안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2.4% 올라 지난해 9월(2.9%) 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수확기 이례적인 쌀값 상승은 올여름 폭염에 따른 생산량 감소 때문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통계청은 지난달 2018년 쌀 예상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2.4% 감소한 387만5000t으로 추산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업계에서는 이보다 더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남에서는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가량 줄었다는 지역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이 추가 가격 상승을 예상하고 쌀을 시장에 내놓지 않으려 하면서 쌀값 급등이 꺾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 농협 전국 단위조합의 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나서는 농협 조합장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농가로부터 쌀을 높은 가격에 수매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비축미 방출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쌀생산자협회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밥 한 공기에 최소한 300원, 쌀 1㎏에 3000원은 받아야 쌀 농사를 유지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