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强) 대 강의 대결로 치닫던 미·중 무역전쟁이 급반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통화로 무역 갈등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은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합의를 위한 초안 작성을 지시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면서다.

이에 따라 두 정상이 오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전후로 무역 불균형 문제와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관해 합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세계 경제의 최대 위협이던 미·중 통상전쟁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면서 증시 등 금융시장은 즉각 환호했다.

◆6개월 만의 트럼프·시진핑 통화

블룸버그통신은 2일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기간에 시 주석과 만나 무역 합의에 도달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를 위한 합의안 초안 작성을 핵심 부처 장관들에게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두 정상이 G20 정상회의 둘째날인 12월1일 만찬 회동을 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당초 ‘회담’으로 잡혀 있던 일정이 ‘만찬을 겸한 회담’으로 격상됐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시 주석과 1일 오전(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시 주석과 길고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특히 무역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 간 통화는 지난 5월 이후 6개월 만이다. 7월부터 미·중이 상대국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에 들어간 뒤로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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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지식재산권 보호 합의

관심은 양국이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이뤄낼지로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고율 관세 부과 등 선제공격을 하고, 중국이 이에 대응하는 양상으로 무역전쟁이 전개돼왔다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얼마나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미주리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중국은 거래하고 싶어하고 시 주석도 그것을 원한다”며 중국이 진전된 타협안을 내놨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어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 중 한 명을 인용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가 난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9월 이후 중국과 관련된 산업스파이 사건을 네 건이나 적발해 기소하는 등 지식재산권과 산업 기밀 유출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도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포기하기 어렵다.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승부수”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지난달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미 경제에 이상신호가 감지되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 3분기 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3.5% 성장했지만 내년에는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달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식시장의 심리를 되살리기 위해 타협 카드를 전격적으로 제시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극적 타협할 가능성에 위안화 환율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2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43% 내린 달러당 6.9371위안으로 고시(위안화 가치 상승)했다. 기준환율이 내려가면서 이날 홍콩 역외시장과 중국 역내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모두 6.92위안대로 떨어졌다.

유승호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