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투톱’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반교체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결정된 바 없다”며 부인했지만, 구체적인 하마평까지 거론되는 점을 고려하면 시기의 문제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기왕 교체할 거라면 서두르자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여권 인사들은 “설사 교체가 있더라도 문책성이 아닌 일상적인 개각”이라며 물타기를 하고 나섰다.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2기 진용’을 갖추는 차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분위기 쇄신용 교체에 방점을 둔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경제팀이 바뀌어도 소득주도성장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잘못이 없지만 교체는 검토한다”는 이런 시각은 경제실정(失政)을 대하는 싸늘한 민심과 괴리가 크다. 청년들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생계난을 호소하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나고, 일감이 떨어져 문닫는 중소기업 공장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1년6개월 가까이 시행해 온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결과는 참혹한 수준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고용 참사가 벌어지고 있는 데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생산 소비 투자가 빠르게 추락한 결과다. 연초 3.0%이던 한국은행의 올 성장률 전망치는 최근 2.7%로 낮아졌다. 2.9% 선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된 것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전 정부에서 미미하나마 개선 추세를 보이던 양극화조차 재난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게 가릴 수 없는 현실이다.

대통령부터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탄식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시정연설에서 “처음으로 연간 수출 6000억달러 돌파가 전망된다”며 자화자찬했다. 어려운 국내외 여건에서 기업들이 고군분투해 이뤄낸 성과에 정부가 생색을 낼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었다. “세계가 한국의 성장에 찬탄을 보낸다”는 동의하기 힘든 주장으로 소득주도성장의 지속도 다짐했다. 경제팀 교체 이후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얘기였다.

정책기조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경제팀 교체로는 경제성적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자명하다. 시장의 목소리에 제대로 귀를 기울여 마땅한 조치를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시행할 안목과 소신, 역량을 갖춘 후임자가 필요한 이유다. 지금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나 ‘예스맨’으로 돌려막기를 할 것이라면 구태여 경제팀 사령탑을 교체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차제에 ‘경제 컨트롤타워’가 누구인지 교통정리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교체해야 할 것은 ‘경제 투톱’이 아니라 경제를 혼란 속에 빠뜨린 탁상정책의 실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