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제 소규모 농가의 쌀 보조금을 올리는 대신 대규모 농가의 쌀 보조금을 깎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직불제 개편 방안’을 내놨다. 직불제는 쌀값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보전해주는 제도다. 보조금이 소수 대규모 쌀농가에 쏠리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농업 대형화를 가로막아 영세농을 양산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쌀 직불금은 농가 자생력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보조금으로 꼽힌다. 지난해 정부의 직접적인 쌀 농사 지원 예산만 5조6800억원에 달했다. 농업 예산을 매년 늘리고 있지만 농업 경쟁력 강화는 요원하다. 30만t 정도 쌀이 남아도는데도 대다수 농가가 보조금 타기 쉽고 짓기 쉬운 쌀 농사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이런 판국에 정부가 농업 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거꾸로 가는 직불제 개편안까지 들고 나왔다.

한국 농식품 분야 기술 수준은 미국의 78%에 불과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농촌 표를 의식해 농가를 ‘농업’이 아닌 ‘농사’에 안주시키는 나눠주기식 보조금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혁신이 제대로 일어날 리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농업은 신(新)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첨단 식물농장인 ‘스마트 팜’과 관련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다. 한국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일본은 쌀 직불제를 폐지하고 토지 소유와 농업 규제를 풀어 민간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농업 혁신은 남의 나라 얘기다. 스마트 팜 진출이 좌절된 LG CNS 사례에서 보듯 대기업의 농업 진출이 사실상 막혀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으로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는 농민단체 반발 때문이다. ‘보조금 중독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쪼그라들고 있는 기득권이나 지키겠다는 한국 농업이 어떻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