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전북 새만금에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일자리 창출 효과가 10년간 10만 개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체 신재생에너지 부문 고용 창출 목표를 향후 5년간 14만4000명으로 잡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16년 7%에서 2030년 20%까지 끌어올려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 바람과 달리 신재생에너지 일자리는 늘기는커녕 줄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고용 인원은 2016년 1만4412명에서 작년 1만3927명으로 3.4% 감소했다. 투자가 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2016년 13.6% 줄었지만 작년엔 17.7% 급증했다. 태양광발전소는 같은 기간 4056개에서 5372개로 1000개 이상 늘었다. 문재인 정부가 작년 5월 출범과 동시에 ‘원전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는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신재생이 뜬다’는 기대에 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투자의 역설…돈은 한국이 쓰고, 이익은 외국社가 챙겨
◆“발전소만 늘린다고 고용 늘지 않아”

투자가 늘어나면 일자리도 늘어야 정상이다.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일자리가 증가 추세인 것도 맞다. 그런데 한국에선 왜 정반대 현상이 나타날까.

태양광의 경우 중국산 저가 장비의 공세 영향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품질은 국산과 비슷한데 값은 싼 중국산 장비 공급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태양광 설비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아예 국산 대신 중국산을 쓰는 기업도 늘고 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태양광 모듈 가격은 작년 초 와트(W)당 약 0.6달러였지만 같은 해 12월엔 0.4달러까지 떨어졌다. 모듈 시장의 중국산 점유율은 2014년 16.5%에서 작년 26.7%로 확대됐다. 상황이 이러니 투자가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작년 태양광 투자는 39.2%나 늘었지만 업계 매출은 8.4% 줄었다. 투자를 늘리면 외국 기업만 배 불리고, 우리 기업 고용은 감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풍력발전도 상황은 비슷하다. 풍력의 핵심 장비인 터빈은 2014년엔 100% 국내에서 공급했지만 2015년부터 독일과 덴마크의 우수한 장비 수입이 늘면서 국산 점유율이 59%까지 쪼그라들었다. 신재생에너지 일자리 확대는 산업 경쟁력이 갖춰져야 가능한 것이지 발전소만 늘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투자 늘려도 외국업체만 배불려”

산업부 관계자는 “에너지공단 통계는 신재생에너지 제조 인력만 집계하는데 제조 부문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발전소 시공 인력은 많이 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공 인력이 증가했더라도 정부가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태양광 발전소 시공 인력은 단순 노무직에 가까워 질 좋은 일자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소 시공은 상당 부분 기계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고용이 크게 확대됐을 가능성도 낮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올해 들어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 모듈의 중국산 점유율은 작년 26.7%에서 올 9월 33.4%로 더 늘었다. 풍력 터빈의 외국산 비중도 같은 기간 41%에서 70%로 치솟았다. 여기에 투자와 고용 규모가 가장 큰 태양광은 각종 규제까지 강화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국과 같은 선진국은 신재생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스마트그리드 시장을 적극 키워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며 “우리도 이런 식의 기술 개발을 늘려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