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470조 예산국회…'원안사수 vs 대폭삭감' 충돌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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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협력·공공일자리 등 '강 대 강 대치' 관측…출산장려 예산도 이슈
예결위·상임위 '예산심사 스타트'…기한 내 처리 여부 주목
국회는 오는 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본격적으로 심사한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후 정부 예산안의 '원안 사수'와 '대폭 삭감' 입장을 각각 밝히며 샅바 싸움을 해온 여야는 이번 주부터 각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동시다발로 격돌할 전망이다.
당장 '예산대전'의 선봉에 선 예결위 여야 간사가 "남북협력 예산은 한 푼도 삭감할 수 없다"(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 "리모델링이 아닌 신축 수준으로 바로잡겠다"(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 기한(11월 말)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벌써 나오기도 한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전체 470조5천억원 규모의 예산안에서 약 20조원을 삭감하고, 약 15조원을 증액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다.
정부 예산안에서 5조원가량은 순삭감한다는 것이다.
우선 외교통일위원회가 심사를 맡은 남북협력기금은 한국당의 첫 번째 타깃이다.
그만큼 정부·여당 입장에선 꼭 지켜내야 하는 예산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를 올해보다 1천385억원 증액한 1조977억원으로 편성했다.
남북 교류협력 촉진과 민족공동체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핵심 예산이다.
정부는 특히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사업 등이 포함된 남북경제협력 프로그램 예산을 4천732억원으로, 올해보다 1천598억원 늘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이후를 대비했다.
또한 산림협력 등 민생협력지원(4천513억원), 이산가족교류지원(336억원), 사회문화교류지원(205억원) 등의 예산도 일제히 증액했다.
이를 두고 여당인 민주당은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예산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북한 핵폐기 로드맵도 나오지 않았는데 '대북 퍼주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국당은 남북경협 프로그램 예산 중 경협 기반 조성 예산 4천289억원(무상 3천92억원과 융자 1197억원) 전액과 민생협력지원 증액분 2천203억원 등 총 6천492억원의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 예산은 남북협력기금 못지않게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 일컬어지는 고용난 속에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총 23조4천573억원으로, 올해의 19조2천312억원보다 22% 늘려 사상 최대로 확대 편성했다.
환경노동위와 보건복지위 등 여러 상임위원회가 나눠 심사할 일자리 예산은 노인 등을 위한 직접 일자리 마련(3조7천800억원), 직업훈련(1조9천711억원), 청년구직활동지원 등 고용서비스(1조705억원) 등의 예산으로 구성돼 있다.
육아휴직 급여 등 고용장려금(5조9천204억원),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 등 창업지원(2조5천741억원), 구직급여 등 실업소득 지원(8조1천412억원) 등의 예산도 이에 속한다.
이 중 직접 일자리 사업 등에 대해 민주당은 '맞춤형 공공 일자리'로, 한국당은 '단기 일자리'로 각각 호칭을 달리하며 물밑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공공 일자리 확대가 유례없는 고용 위기를 타개할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데 반해 한국당은 이른바 '단기 아르바이트용'으로 자체 분류한 8조원 규모의 예산을 뭉텅이로 잘라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국당은 현 정부 들어 51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단기 일자리 대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로 고용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할 방침이다.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뼈대인 소득주도성장은 여야가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는 주제다.
따라서 액수는 35억6천800만원으로 비교적 작지만, 지난 9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의 운영 예산을 두고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조직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이해를 구하지만, 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실패가 이미 확인됐다며 특위 활동 종료와 예산 전액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 예산은 행정안전위에서 심사하게 돼 있다. 한편, 예산심사를 앞두고 저출산 해소를 위한 복지 예산이 의외의 관심 포인트로 떠올랐다.
통상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 구호를 외치고 한국당이 이에 쌍수를 들고 반대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당이 출산 장려를 화두로 던지며 총 7조원에 달하는 관련 예산 증액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임산부 30만명에게 200만원 상당의 카드와 출산장려금 2천만원을 지급하고, 소득 상위 10% 자녀를 제외했던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전체로 확대하는 동시에 지급 상한 연령과 금액도 확대하는 방안을 지난 2일 제안했다.
저출산 문제 해소에 있어 '보편적 복지'로 전환한 모양새다.
이 가운데 민주당은 아동수당 100% 지급을 위한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중점법안에 추가한 만큼 이와 관련한 여야 합의는 어렵지 않다.
모처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저출산 극복 태스크포스(TF) 구성에도 뜻을 모은 상황이다.
최근 "문 대통령은 최순실의 가장 큰 수혜자"(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시정잡배도 하지 않을 막말"(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의 독설로 부딪힌 양당 원내대표는 곧이어 사석에서 "내 입장도 있지 않으냐"고 이해를 구해 예산정국의 원활한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려 애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당의 출산 장려 제안은 애초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9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역설한 '출산주도성장'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민주당의 기존 저출산 해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의 역할도 주목된다.
바른미래당은 민생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둔 예산심사를 예고하는 한편, 예산 집행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달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나 사법농단 의혹 특별재판부 문제로 여야가 갈등했을 때처럼 민심을 등에 업고 벼랑 끝 대치 속 균형추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바른미래당은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결위·상임위 '예산심사 스타트'…기한 내 처리 여부 주목
국회는 오는 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본격적으로 심사한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후 정부 예산안의 '원안 사수'와 '대폭 삭감' 입장을 각각 밝히며 샅바 싸움을 해온 여야는 이번 주부터 각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동시다발로 격돌할 전망이다.
당장 '예산대전'의 선봉에 선 예결위 여야 간사가 "남북협력 예산은 한 푼도 삭감할 수 없다"(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 "리모델링이 아닌 신축 수준으로 바로잡겠다"(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 기한(11월 말)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벌써 나오기도 한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전체 470조5천억원 규모의 예산안에서 약 20조원을 삭감하고, 약 15조원을 증액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다.
정부 예산안에서 5조원가량은 순삭감한다는 것이다.
우선 외교통일위원회가 심사를 맡은 남북협력기금은 한국당의 첫 번째 타깃이다.
그만큼 정부·여당 입장에선 꼭 지켜내야 하는 예산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남북협력기금 사업비를 올해보다 1천385억원 증액한 1조977억원으로 편성했다.
남북 교류협력 촉진과 민족공동체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핵심 예산이다.
정부는 특히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사업 등이 포함된 남북경제협력 프로그램 예산을 4천732억원으로, 올해보다 1천598억원 늘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 이후를 대비했다.
또한 산림협력 등 민생협력지원(4천513억원), 이산가족교류지원(336억원), 사회문화교류지원(205억원) 등의 예산도 일제히 증액했다.
이를 두고 여당인 민주당은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예산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북한 핵폐기 로드맵도 나오지 않았는데 '대북 퍼주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국당은 남북경협 프로그램 예산 중 경협 기반 조성 예산 4천289억원(무상 3천92억원과 융자 1197억원) 전액과 민생협력지원 증액분 2천203억원 등 총 6천492억원의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 예산은 남북협력기금 못지않게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 일컬어지는 고용난 속에 내년도 일자리 예산을 총 23조4천573억원으로, 올해의 19조2천312억원보다 22% 늘려 사상 최대로 확대 편성했다.
환경노동위와 보건복지위 등 여러 상임위원회가 나눠 심사할 일자리 예산은 노인 등을 위한 직접 일자리 마련(3조7천800억원), 직업훈련(1조9천711억원), 청년구직활동지원 등 고용서비스(1조705억원) 등의 예산으로 구성돼 있다.
육아휴직 급여 등 고용장려금(5조9천204억원),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 등 창업지원(2조5천741억원), 구직급여 등 실업소득 지원(8조1천412억원) 등의 예산도 이에 속한다.
이 중 직접 일자리 사업 등에 대해 민주당은 '맞춤형 공공 일자리'로, 한국당은 '단기 일자리'로 각각 호칭을 달리하며 물밑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은 공공 일자리 확대가 유례없는 고용 위기를 타개할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데 반해 한국당은 이른바 '단기 아르바이트용'으로 자체 분류한 8조원 규모의 예산을 뭉텅이로 잘라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국당은 현 정부 들어 51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예산을 투입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단기 일자리 대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대로 고용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할 방침이다.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뼈대인 소득주도성장은 여야가 가장 날카롭게 대립하는 주제다.
따라서 액수는 35억6천800만원으로 비교적 작지만, 지난 9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의 운영 예산을 두고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조직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이해를 구하지만, 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실패가 이미 확인됐다며 특위 활동 종료와 예산 전액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이 예산은 행정안전위에서 심사하게 돼 있다. 한편, 예산심사를 앞두고 저출산 해소를 위한 복지 예산이 의외의 관심 포인트로 떠올랐다.
통상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 구호를 외치고 한국당이 이에 쌍수를 들고 반대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당이 출산 장려를 화두로 던지며 총 7조원에 달하는 관련 예산 증액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임산부 30만명에게 200만원 상당의 카드와 출산장려금 2천만원을 지급하고, 소득 상위 10% 자녀를 제외했던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전체로 확대하는 동시에 지급 상한 연령과 금액도 확대하는 방안을 지난 2일 제안했다.
저출산 문제 해소에 있어 '보편적 복지'로 전환한 모양새다.
이 가운데 민주당은 아동수당 100% 지급을 위한 아동수당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중점법안에 추가한 만큼 이와 관련한 여야 합의는 어렵지 않다.
모처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저출산 극복 태스크포스(TF) 구성에도 뜻을 모은 상황이다.
최근 "문 대통령은 최순실의 가장 큰 수혜자"(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시정잡배도 하지 않을 막말"(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의 독설로 부딪힌 양당 원내대표는 곧이어 사석에서 "내 입장도 있지 않으냐"고 이해를 구해 예산정국의 원활한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려 애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당의 출산 장려 제안은 애초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9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역설한 '출산주도성장'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민주당의 기존 저출산 해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의 역할도 주목된다.
바른미래당은 민생경제 살리기에 중점을 둔 예산심사를 예고하는 한편, 예산 집행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를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지난달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나 사법농단 의혹 특별재판부 문제로 여야가 갈등했을 때처럼 민심을 등에 업고 벼랑 끝 대치 속 균형추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바른미래당은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