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업장마저 7년만에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더 늘려
"질좋은 일자리에 대한 국민 눈높이와 정부 시각 괴리"


고용의 양적인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지만, 질은 개선되고 있다는 정부의 진단과 반대되는 지표들이 잇따라 집계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일자리 예산을 대대적으로 늘리며 직·간접적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일자리는 비정규직,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저임금 일자리 중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상 정규직 채용에 앞장서던 민간 대형사업장도 7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더 늘리면서 민간 일자리도 좋지 않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고용의 질 개선?…비정규직 늘고 공공부문 저임금 고용↑
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고용이 양적으로는 부진하지만, 고용의 질은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고용보험 가입자 수 통계에서 확인되듯 양질의 일자리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고용의 질 개선 등 정부 정책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는 국회와 국민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고용의 양적 지표가 좋지 않다는 점과 영세자영업자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원인분석과 함께 장단기대책을 마련하는데 국회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부처 장관들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8일 주재한 경제현안간담회에서 고용의 질 개선에도 불구하고 일자리의 양적인 측면의 어려움은 계속될 우려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정부는 상용직 근로자가 늘어난 반면, 임시·일용직은 줄어들고 있다는 점과 고용보험을 통한 사회안전망에 들어온 취업자가 늘었다는 점을 고용의 질 개선의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9월까지 상용직 근로자는 월평균 11만5천명 늘어난 반면, 임시직은 4만4천명, 일용직은 2만6천명 감소했다.

9월 고용보험에 가입한 취업자는 40만3천명 늘어 2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부의 노력에도 고용의 질 악화를 의미하는 지표도 잇따르고 있다.
고용의 질 개선?…비정규직 늘고 공공부문 저임금 고용↑
당장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민간과 공공부문에서 모두 1년 전보다 늘어났고, 공공부문에서는 단순노무 종사자와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한 달에 200만원 미만을 받고 일하는 저임금 취업자 수가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는 661만4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6천명 늘었다.

비정규직 비중은 33.0%로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64만4천원으로 정규직 월평균 임금(300만9천원)보다 약 136만5천원 적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급 차이가 작년(128만2천원)보다 벌어졌다.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도 43.6%로 작년보다 0.5%포인트 떨어져 3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8월 기준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에서는 1년간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증가 폭이 정규직 증가 폭을 7년 만에 상회했다.

대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임금근로자 253만4천명 중 비정규직은 37만3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9천명 늘었지만, 정규직은 216만1천명으로 2만9천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정규직의 증가세는 민간부문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올해 8월 기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33만1천명으로 1년 전보다 1만3천명 늘었다.

올해 상반기 공공부문에서 한 달에 200만원 미만을 받고 일하는 취업자 수는 최근 5년 새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단순노무 종사자와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공공부문의 저임금 취업자 수는 38만7천명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4만5천명 늘었다.

경제전문가들은 질 좋은 일자리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와 정부의 시각이 괴리된 것 같다며 기업들은 고용 비용이 증가해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저임금 일자리로라도 실업자 구제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질 좋은 일자리에 대한 국민 눈높이와 정부의 시각 간에 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경기 악화와 고용 비용 상승 속에 정규직을 쓰는 게 부담이 되니 비정규직을 짧게 끊어서 쓰려고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 비용 문제가 충격적이라고 할 정도로 커진 상황이어서 기업이 정규직은 최대한 고용을 하지 않고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이라며 "고용 안전망 강화와 함께 다양한 형태의 고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기업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