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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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설에 휩싸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를 시장에만 맡기란 주장은 한국경제를 더 큰 모순에 빠지게 할 것”이라며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핵심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란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자신이 물러나더라도 기존 정책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고별사’를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장 실장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근거없는 위기론은 국민심리 위축시켜 경제를 더 어럽게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경제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경고음과 함께 정치권 안팎에서 불거진 경제수장 교체설에도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재정지출규모를 가장 높게 올려놨다”며 “추가세수 발생에 따른 안정적인 재정상황을 반영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과 중소자영업자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용창출 등의 명목으로 내년 예산을 전년 대비 9.7% 증가한 470조500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전체 예산안 중 약 20조원을 삭감하고, 약 15조원을 증액해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다. 정부 예산안에서 5조원가량은 순삭감한다는 것이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ㆍ정ㆍ청협의회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범준기자bjk07@hankyung.com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ㆍ정ㆍ청협의회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김범준기자bjk07@hankyung.com
장 실장은 ‘슈퍼 예산’에 대한 이 같은 보수 야당의 비판에 대해 “경제의 어려움을 세금으로 메우려는 비판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서 국민께서 내주신 세금을 국민께 되돌리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모순”이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위해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고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퍼주기식 정책’이라는 지적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재정건전성이 매우 좋은 나라임에도 재정을 통한 경제 활성화 역할을 매우 소극적으로 수행하는 나라이기도 하다”며 “최근 3년 간 매년 20조 원이 넘는 추가 세수가 발생했는데 실제 걷히는 세수액에 비해 재정지출을 너무 낮게 잡았다, 경제에 풀려야 할 돈이 정부의 주머니로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악화됐지만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등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자신감도 내비췄다. 장 실장은 “법률안이 통과돼 집행되면 내년엔 문재인 정부가 흔들림없이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실질적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걸맞는 포용 국가의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체설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이날 회의 후 교체설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장 실장은 “인사 문제는 제가 답할 성질이 아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최근 ‘경제 투톱’으로 불리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 실장에 대한 교체설이 연일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장 실장의 후임으로 김수현 사회수석이 내정됐다는 설이 나돌면서 여론의 관심이 쏠려있는 상태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