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5일 0시(미 동부시간 기준·한국 오후 2시)부터 이란산 원유 등 석유화학제품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제재를 다시 발효한다. 이란 핵합의(JCPOA)에서 홀로 탈퇴한 뒤 지난 8월7일 일반 무역거래에 대한 1차 제재를 복원한 데 이은 2단계 고강도 제재다. 미국은 이란에 핵 무기 개발 및 장거리 미사일 포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이란 정권의 수익원을 박탈하는 조치로, 이란이 무법 행위를 영구적으로 포기하고 정상 국가로 행동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5일부터 이란산 원유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정부도 미 정부의 제재를 받아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거나 달러화 결제 시스템 이용이 금지될 수 있다.

다만 미 국무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과 관련해 일본과 인도, 중국 등 8개국에 일시 제재 면제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한국도 포함될지 주목된다. 한국 정부는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수입이 필요하다는 업계 건의를 받아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한국과 이란은 양국 간 원화 결제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국무부는 8개국 명단 등 세부 사항을 2단계 제재 첫날 발표한다. 예외는 180일까지만 허용될 예정이다. 8개 제재 면제국이 지급한 원유 수입 대금은 역외 계좌로 송금해 이란이 인도주의적 거래나 제재 대상이 아닌, 제품 및 서비스 거래를 할 때만 이용할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일시적 면제는 브렌트유 가격을 지난 5월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을 끝낼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는 미국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미국은 이란 핵협정 개정과 함께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 중단, 핵 무기 개발 및 장거리 미사일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 정부의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등에 대한 지원도 문제 삼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 등은 미국의 독자 제재에 반대하고 있다. EU와 러시아는 미국이 기존 이란 핵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미 국무부의 한시적 예외에 포함되지 않았다.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벗어난 (미국의) 일방적 제재는 거부한다”며 “제재가 미국의 영토 밖에서 적용되고 제3국에 영향을 미친다면 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