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적폐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수사를 더 이상 확대하지 않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만 집중키로 했다. 적폐 수사 성과에 대해서도 보수층 반발을 우려해 별도 발표는 하지 않기로 했다. 외부인의 고소나 고발 없이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인지수사’도 최근 들어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檢, 적폐수사 마침표…'사법농단'에만 집중한다
◆별도 발표 없이 마무리

4일 법조계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를 마무리한 후 검찰이 추가로 적폐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며 “별도 결과 발표 없이 적폐 수사는 조용히 마무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적폐 수사 성과에 대해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별도의 발표 없이 마무리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이나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신병도 이 전 대통령 재판 결과를 보고 처리키로 한 만큼 사실상 남은 적폐 수사는 없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의 적폐 수사는 작년 8월 국가정보원이 전 정권의 댓글 공작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본격화됐다. 작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자 검찰은 이전 정권에서 자행된 각종 비리를 들춰내기 시작했다. 이후 △청와대 및 국정원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국정원 불법 사찰 및 비선 보고 등에 대한 수사로 이어졌다. 적폐 수사는 지난 4월 이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횡령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적폐 수사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 2명과 전직 국정원장 4명(원세훈,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직 청와대 비서진 및 장관(김기춘, 안종범, 우병우, 조윤선, 문형표 등)이 줄줄이 구속됐다. 성과가 큰 만큼 후유증도 컸다. 윤 검사장의 동기(사법연수원 23기)인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를 받다 투신해 사망했다.

수사가 1년 이상 길어지면서 국민적 피로감과 보수층 반발도 커졌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검찰은 박근혜 정부 당시 장차관,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 대부분을 구속했고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100여 명을 압수수색하고 소환했다”며 “조선 시대 ‘옥사’도 이처럼 잔인하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지수사도 거의 안 해

검찰 관계자는 “요즘 다른 기관에서 송치된 사건 외에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인지수사 포기는 ‘경찰은 수사, 검찰은 기소’로 역할을 분담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검찰개혁 공약과 관련이 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국감에서 “적폐 수사를 계기로 검찰 권한이 강화돼 ‘검찰 권한 내려놓기’가 핵심인 검찰 개혁이 뒷선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구속 기한을 오는 15일까지 연장했다. 수사팀은 임 전 차장의 진술 거부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소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 전·현직 판사들의 수사 협조가 없을 경우 수사 기간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