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승계 막는 큰 걸림돌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 꼽아
기업 38% '고령 창업주가 경영'
승계 문제로 매물 더 늘어날 듯
경기 침체에 노동경직성 확대, 미래 상속세 부담까지 겹치면서 기업을 승계하기보다 매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1월엔 중견 가구업체 까사미아가 신세계에 회사를 팔았다. 지난해엔 밀폐용기업체 락앤락과 피임기구 제조업체 유니더스, 화장품업체 에이블씨엔씨 등 중견기업이 대주주 지분을 PEF에 매각했다. 2세 경영인인 한 중소기업 대표는 “민감한 사안이어서 공개하지는 못하지만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중견·중소기업 경영인이 상속·증여세 탓에 승계 대신 매각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상속세 때문에 ‘상속 이민’을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푸념도 나온다. 세부담이 작은 나라로 이민을 고민할 정도로 중견·중소기업에는 상속세가 큰 부담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간 125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7.2%의 중견기업이 기업승계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과도한 상속·증여세 부담’을 꼽았다.
장수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 과세특례,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등을 도입했다. 하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적용받은 기업이 적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6년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은 중소기업은 60곳에 그쳤다. 가업상속공제를 받기 위해선 10년간 업종과 정규직 근로자의 80% 이상, 상속지분 100%를 유지해야 한다.
높은 상속·증여세 탓에 고령의 창업주가 경영권을 쥐고 놓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같은 이유로 중견기업의 87%는 기업승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규태 중견련 전무는 “고령의 창업주가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중견기업이 전체의 38%”라며 “중견기업 세 곳 중 한 곳은 십수년 내 기업승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승계 문제로 나오는 중견·중소기업 매물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설리/정영효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