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의 토대이자 첨단 기술이 응집된 분야인 방위산업이 침몰하고 있다. 한국 방산업계의 매출과 수출이 동반 뒷걸음질 치고 있어서다. 매년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생산원가를 검증받는 등 불합리한 제도 탓에 방산업체는 신기술 개발은커녕 수익성 악화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4년째 이어진 방산비리 수사는 방산업체는 물론 군(軍)의 사기마저 추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렁에 빠진 防産, 매출·수출 '동반추락'
한국경제신문이 4일 국내 방산시장의 65%를 차지하는 LIG넥스원과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10대 방산업체(매출 기준)의 올해 상반기 방산 부문 매출을 조사한 결과 총 4조432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조7913억원)보다 8%(3585억원) 줄었다. 2016년 상반기(5조7026억원)에 비해서는 28.6% 감소했다.

방산 수출도 쪼그라들었다. 2016년 2조2869억원에 달하던 국내 10대 방산업체의 수출은 지난해 1조4990억원으로 1년 새 34.5%나 감소했다. 올해는 KAI가 18조원 규모의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사업 수주에 실패하고, 마린온 헬기 추락 여파로 필리핀 헬기 수출이 불투명해진 만큼 작년보다 저조한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방산시장은 검찰이 2014년 11월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을 꾸려 전방위적인 수사에 나선 뒤 급격히 위축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4년간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초라하다. 합동수사단이 구속 기소한 피고인의 무죄 선고율은 50%에 달한다. 일반 형사재판의 구속 후 무죄율(3%)보다 17배 가까이 높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은 “정부가 감사·조사 위주의 정책 대신 체계적인 육성정책을 통해 방위산업을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