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삼성도 한수 접은 대륙의 꼼수, 폴더블폰 '플렉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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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로욜, 삼성 화웨이 제치고 최초 폴더블폰 출시
사용성 휴대성 내구성 혹평…폴더블폰 의미 간과
플렉스파이, '아웃폴딩' 방식으로 내구성 문제
삼성, 더 높은 기술력 필요한 '인폴딩' 출시 예정
로욜, 최초 폴더블폰 집착하며 고객 무시
사용성 휴대성 내구성 혹평…폴더블폰 의미 간과
플렉스파이, '아웃폴딩' 방식으로 내구성 문제
삼성, 더 높은 기술력 필요한 '인폴딩' 출시 예정
로욜, 최초 폴더블폰 집착하며 고객 무시
대륙의 실수. 중국의 샤오미가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품질, 디자인으로 성공 신화를 쓰며 만들어진 말이다. 이후 놀랄만한 제품을 만든 중국업체들을 수식하는 표현으로 통용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말을 상기할만한 사건이 있었다. 글로벌 제조사들이 폴더블 스마트폰 '최초' 타이틀을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중국의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접히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Flexpai)'를 떡 하니 발표한 것이다.
영상을 통해 공개한 게 전부였지만, 표면적으론 글로벌 스마트폰 1·2위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벌이는 고래싸움에 새우가 한발 앞서 등을 내민 격이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대륙의 실수'보다 '꼼수'에 가깝다.
플렉스파이는 사양만 놓고 보면 현재 시장에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뒤지지 않는다. 로욜에 따르면 이 제품은 스냅드래곤 8시리즈를 적용했다. 또 1600만, 2000만 화소 렌즈로 구성된 듀얼카메라를 달았고 38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했다. 고속 충전과 인공지능 이미지 알고리즘, 5G 애플리케이션도 지원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폴더블폰을 시현하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들이 폴더블폰을 사야 할 근본적 의미를 제시하지 못해서다. 외신들은 플렉스파이의 사용성과 휴대성, 내구성을 모두 문제삼고 있다.
우선 플렉스파이는 UX(사용자환경)가 불편하다.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흔히 쓰는 운영체제(OS)가 아닌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가 탑재돼서다. 디스플레이의 터치감이 현저히 떨어지고 접었을 때 표면이 쭈글쭈글해 보인다는 평도 있다.
이 제품은 두껍고 무거워 주머니에 넣기 부담스럽다. 플렉스파이의 두께는 7.6mm로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비슷하다. 하지만 반으로 접었을 때 두께는 15.2mm다. 무게는 태블릿PC 수준의 320g. 갤럭시노트9이 201g인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폰이라기보다 태블릿에 가깝다. 휴대성을 간과한 것이다.
폴더블폰의 가장 큰 문제점인 내구성도 해결하지 못했다. 로욜 측은 20만번 이상의 디스플레이 내구성 테스트를 거쳤다고 홍보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빠른 출시가 목표였을 뿐 만족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로욜은 삼성전자, 화웨이와 달리 '아웃폴딩(밖으로 접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로욜이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인 동시에 내구성을 신경쓰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웃폴딩 방식은 밖으로 접히면서 메인 디스플레이가 외부에 노출돼 내구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고심 끝에 훨씬 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인폴딩(안으로 접는)' 방식을 택했다. 출시 시기보다 완성도에 더 집중하겠단 의지인 셈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아웃폴딩 방식을 택했다면 로욜보다 앞서 폴더블폰을 상용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월 'CES 2018'에서 인폴딩과 아웃폴딩 방식의 폴더블폰 시제품을 이미 공개한 바 있다.
플렉스파이가 로욜의 디스플레이를 알리기 위한 홍보 수단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로욜은 스마트폰 제조 경험도 없는데다가 대량 생산 설비도, 유통망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더블폰 완제품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BBC가 "로욜은 플렉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선전하기 위해 수년간 다양한 홍보활동을 해왔다. 플렉스파이 역시 또 다른 묘기일 것"이라고 비꼰 것도 이 때문이다.
플렉스파이가 공개된 날,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후 컨퍼런스콜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은 휴대성과 대화면 경험이 완벽하게 결합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로열이 최초 폴더블폰이라며 플렉스파이 홍보에 열을 올리던 시점에 폴더블폰의 완성도를 또 한번 되새긴 것이다.
삼성전자가 개발중인 폴더블폰 갤럭시F(가칭)의 무게는 약 200g이다. 폴더블폰 중간에 적용된 힌지는 20만번 이상 폴딩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F는 바깥쪽에도 패널이 탑재된다. 접으면 4인치대 스마트폰이 되고, 펼치면 7인치대 태블릿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 일부 스펙을 이달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2018 개발자회의에서(SDC)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폴더블용 UI 개발사 구글과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폴더블폰을 제공할 때 고객에게 진정한 의미가 있어야 하고, 사용자 경험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은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고객이 만족하지 못 할 폴더블폰이라면 출시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최초 타이틀에 급급해 고객을 간과한 중국 스타트업이 각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지난달 31일 이말을 상기할만한 사건이 있었다. 글로벌 제조사들이 폴더블 스마트폰 '최초' 타이틀을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중국의 스타트업 '로욜(Royole)'이 접히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Flexpai)'를 떡 하니 발표한 것이다.
영상을 통해 공개한 게 전부였지만, 표면적으론 글로벌 스마트폰 1·2위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벌이는 고래싸움에 새우가 한발 앞서 등을 내민 격이다. 그러나 좀 더 들여다보면 '대륙의 실수'보다 '꼼수'에 가깝다.
플렉스파이는 사양만 놓고 보면 현재 시장에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뒤지지 않는다. 로욜에 따르면 이 제품은 스냅드래곤 8시리즈를 적용했다. 또 1600만, 2000만 화소 렌즈로 구성된 듀얼카메라를 달았고 380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했다. 고속 충전과 인공지능 이미지 알고리즘, 5G 애플리케이션도 지원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폴더블폰을 시현하지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소비자들이 폴더블폰을 사야 할 근본적 의미를 제시하지 못해서다. 외신들은 플렉스파이의 사용성과 휴대성, 내구성을 모두 문제삼고 있다.
우선 플렉스파이는 UX(사용자환경)가 불편하다.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흔히 쓰는 운영체제(OS)가 아닌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가 탑재돼서다. 디스플레이의 터치감이 현저히 떨어지고 접었을 때 표면이 쭈글쭈글해 보인다는 평도 있다.
이 제품은 두껍고 무거워 주머니에 넣기 부담스럽다. 플렉스파이의 두께는 7.6mm로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비슷하다. 하지만 반으로 접었을 때 두께는 15.2mm다. 무게는 태블릿PC 수준의 320g. 갤럭시노트9이 201g인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폰이라기보다 태블릿에 가깝다. 휴대성을 간과한 것이다.
폴더블폰의 가장 큰 문제점인 내구성도 해결하지 못했다. 로욜 측은 20만번 이상의 디스플레이 내구성 테스트를 거쳤다고 홍보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빠른 출시가 목표였을 뿐 만족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로욜은 삼성전자, 화웨이와 달리 '아웃폴딩(밖으로 접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로욜이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인 동시에 내구성을 신경쓰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웃폴딩 방식은 밖으로 접히면서 메인 디스플레이가 외부에 노출돼 내구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고심 끝에 훨씬 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인폴딩(안으로 접는)' 방식을 택했다. 출시 시기보다 완성도에 더 집중하겠단 의지인 셈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아웃폴딩 방식을 택했다면 로욜보다 앞서 폴더블폰을 상용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월 'CES 2018'에서 인폴딩과 아웃폴딩 방식의 폴더블폰 시제품을 이미 공개한 바 있다.
플렉스파이가 로욜의 디스플레이를 알리기 위한 홍보 수단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로욜은 스마트폰 제조 경험도 없는데다가 대량 생산 설비도, 유통망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더블폰 완제품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인 것이다. BBC가 "로욜은 플렉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선전하기 위해 수년간 다양한 홍보활동을 해왔다. 플렉스파이 역시 또 다른 묘기일 것"이라고 비꼰 것도 이 때문이다.
플렉스파이가 공개된 날,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후 컨퍼런스콜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은 휴대성과 대화면 경험이 완벽하게 결합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로열이 최초 폴더블폰이라며 플렉스파이 홍보에 열을 올리던 시점에 폴더블폰의 완성도를 또 한번 되새긴 것이다.
삼성전자가 개발중인 폴더블폰 갤럭시F(가칭)의 무게는 약 200g이다. 폴더블폰 중간에 적용된 힌지는 20만번 이상 폴딩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F는 바깥쪽에도 패널이 탑재된다. 접으면 4인치대 스마트폰이 되고, 펼치면 7인치대 태블릿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 일부 스펙을 이달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2018 개발자회의에서(SDC)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폴더블용 UI 개발사 구글과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폴더블폰을 제공할 때 고객에게 진정한 의미가 있어야 하고, 사용자 경험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은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고객이 만족하지 못 할 폴더블폰이라면 출시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최초 타이틀에 급급해 고객을 간과한 중국 스타트업이 각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