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 자기 말투 후회하면서도 유세에선 "나쁜 사람", "포카혼타스"
트럼프 "부드럽게 말하지 못한 걸 후회…선택의 여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부드러운 말투를 쓰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하루 앞둔 이날 미국 최대 규모의 로컬 지상파 방송인 '싱클레어'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첫 2년 동안 후회하는 일이 있느냐'는 물음에 "말투라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훨씬 더 부드러운 말투를 쓰고 싶다"면서 "어느 정도까지는 내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난 그런 관점에서 더 부드러울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적(敵)이라고 생각하는 상대를 향해 거침없고 공격적인 표현을 즐겨 쓰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투를 후회한다고 밝힌 것은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을 "범죄자" 또는 "성폭행범"으로 비하했고, 지난해 북한과의 핵 대치 국면에서는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라는 표현으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rocket man)으로 불렀다.

대선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민주당 대선후보)이나 테드 크루즈(텍사스·공화) 상원의원 등 정적들에게도 "부정직한 힐러리"(Crooked Hillary), "거짓말쟁이 테드"(Lyin' Ted)라는 인신공격성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말투를 후회한다고 밝힌 이날도 오하이오, 인디애나, 미주리 등지에서 중간선거 유세나 미디어 출연 등을 통해 '부드러운 말투'와는 거리가 있는 발언을 쏟아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오하이오 주지사 후보인 리처드 코드레이를 "나쁜 사람"(bad person)이라고 공격했고, 민주당 대권 잠룡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을 또다시 "포카혼타스"라고 불렀다.

이는 자신이 미국 원주민(인디언) 혈통이라는 워런 의원의 주장을 거짓이라고 조롱하는 발언이다.

인디애나 유세에서는 민주당이 "수백만의 불법 이방인들이 우리의 법을 어기고 국경을 침범하고 우리나라를 뒤덮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싱클레어 방송 인터뷰에서 "그건 인종차별이 아니다"며 "단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합법적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라를 갖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미국 정치 담론에 만연한 독설 문화에 대해 행복하지 않다며 선거 시즌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나는 잘 지내고 싶고 선거 이후에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그들은 그들의 모드로, 우리는 우리의 모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