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엊그제 청와대에서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열고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보완 입법을 추진키로 하는 등 12개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합의를 위한 합의’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문 대통령은 물론 여야가 합의했다는 점만 봐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탄력근로제는 일정 단위 기간 내 근로시간을 주당 평균 52시간 이내로만 지키면 매주 52시간을 준수할 필요는 없도록 한 제도다. 단위 기간이 길수록 융통성 있게 근로시간을 운용할 수 있지만 현재는 3개월로 매우 짧아 경영계에서 확대를 요구해왔다. 여야는 지난 2월 근로시간 단축에 합의하면서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 확대 등 보완책은 2022년 말까지 마련한다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주52시간 시행 후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업종에서 수주를 포기해야 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단위 기간 확대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외 여건 악화로 가뜩이나 기업들이 어려운 와중에 2022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남은 문제는 단위 기간을 어느 정도까지 확대하느냐다. 민주당은 6개월, 한국당은 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의 기본 회계단위가 1년이고 대부분의 비즈니스가 1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 업무량이 계절에 따라 몰리는 업종이 많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미국 일본 독일처럼 1년까지 늘려야 마땅할 것이다.

지금 기업을 옥죄는 것은 근로시간 단축뿐이 아니다. 최저임금의 가파르고 일률적인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임금피크 의무화가 빠진 정년 연장, 저성과자 해고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 양대 지침 폐기 등 경직적이고 획일적인 노동규제들이 결과적으로 기업 경영을,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 정치권이 탄력근로 확대에 합의한 것은 경제가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다른 규제들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탄력근로제를 풀어내듯, 여·야·정 합의체에서 머리를 맞대고 한번 풀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