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하루前 김영철 '뉴욕 노쇼'…또 등장한 北의 '간보기' 협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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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북 고위급 회담' 돌연 연기
기대 컸던 靑 "할말 없다"
'새로운 접근법' 낙관했지만 정작 北서 아무런 언질 못받아
'노쇼' 배경 놓고 해석 분분
2차 정상회담 앞둔 北의 협상술…美·北 막판 절충 실패했을 수도
회담 재개는 언제쯤
트럼프의 '김정은 러브콜' 나오면 김영철 '뉴욕行' 되살아날 가능성
기대 컸던 靑 "할말 없다"
'새로운 접근법' 낙관했지만 정작 北서 아무런 언질 못받아
'노쇼' 배경 놓고 해석 분분
2차 정상회담 앞둔 北의 협상술…美·北 막판 절충 실패했을 수도
회담 재개는 언제쯤
트럼프의 '김정은 러브콜' 나오면 김영철 '뉴욕行' 되살아날 가능성
북한 비핵화 진전에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북 고위급 회담이 돌연 연기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회담하기로 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 측에 취소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개시 불과 하루 전에 발생한 일로 우리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언질조차 받지 못했다. 북한 특유의 협상용 ‘간보기’인지, 미·북 사이에 중대 이견이 발생한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의 일방적 통보에 당황한 청와대
미 국무부는 7일 “뉴욕에서 이번주 열릴 예정이던 미·북 고위급 회담이 연기됐다”며 “양측의 일정이 허락하는 대로 추후 일정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고위급 회담 일시와 장소를 공식 발표한 지 이틀도 안 돼 연기를 발표한 것이다.
이번 뉴욕 회담 무산은 정황상 김영철의 ‘노쇼(no show)’나 다름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철은 북측 인사의 미국행 통로인 중국 베이징에 이날 아침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가명으로 입국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미 국무부가 회담 연기를 공식화하면서 ‘폼페이오-김영철’의 네 번째 만남은 무산됐다.
우리 정부도 미국 측 설명을 듣고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딱히 할 말은 없다”며 “여러 경로로 미국이 우리 정부에 (연기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로부터 소식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외교소식통은 “6일까지도 청와대와 외교부는 8일 회담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 중간선거 이후 새롭게 조성된 환경과 정세 속에서 북·미 협상도 새로운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목했으면 좋겠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종전선언 등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파격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김 대변인은 뉴욕 회담이 연기되자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막판 절충에 실패했나
‘김영철의 노쇼’ 배경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과거에도 예정됐던 회담이 연기된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회담 연기에 대해) 미 국무부도 잔잔하고 침착한 톤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차 미·북 정상회담에 이어 내년 초로 예상되는 두 번째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접촉인 만큼 ‘롤러코스터’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양측이 핵심 쟁점의 막판 절충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을 ‘북한 2인자’로 지칭하는 등 이번 회담에 상당한 기대를 보여왔다. 언론과의 수차례 인터뷰에서도 “진짜 진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북한을 겨냥한 발언을 여러 차례 쏟아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같은 ‘가짜 진전’ 외에 영변핵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 등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관해 논의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과 북한 모두 판을 깨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도 “북한으로선 핵사찰 등에 대한 대가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이번 회담에서 듣길 원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철과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7일 평양 회담 이후 여태껏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8월 예정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김영철의 ‘협박성 편지’로 인해 무산됐다. 당시 김영철은 ‘종전선언 등 북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선물을 가져오지 않으려면 오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정상의 ‘9·19 평양선언’으로 경색 국면이 풀렸지만 1개월 반이 넘도록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회담이 언제 재개될지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언급을 할지가 관건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러브콜’이 다시 나온다면 김영철의 뉴욕행이 살아날 수도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등 우방과의 조율을 마친 뒤로 미뤄질 가능성도 높다. 김 대변인은 “북·미 회담과 2차 정상회담 모두 동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북의 일방적 통보에 당황한 청와대
미 국무부는 7일 “뉴욕에서 이번주 열릴 예정이던 미·북 고위급 회담이 연기됐다”며 “양측의 일정이 허락하는 대로 추후 일정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고위급 회담 일시와 장소를 공식 발표한 지 이틀도 안 돼 연기를 발표한 것이다.
이번 뉴욕 회담 무산은 정황상 김영철의 ‘노쇼(no show)’나 다름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철은 북측 인사의 미국행 통로인 중국 베이징에 이날 아침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가명으로 입국했을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미 국무부가 회담 연기를 공식화하면서 ‘폼페이오-김영철’의 네 번째 만남은 무산됐다.
우리 정부도 미국 측 설명을 듣고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 문제와 관련해 딱히 할 말은 없다”며 “여러 경로로 미국이 우리 정부에 (연기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로부터 소식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외교소식통은 “6일까지도 청와대와 외교부는 8일 회담이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 중간선거 이후 새롭게 조성된 환경과 정세 속에서 북·미 협상도 새로운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주목했으면 좋겠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종전선언 등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파격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김 대변인은 뉴욕 회담이 연기되자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막판 절충에 실패했나
‘김영철의 노쇼’ 배경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다. 외교부 당국자는 “과거에도 예정됐던 회담이 연기된 사례가 종종 있었다”며 “(회담 연기에 대해) 미 국무부도 잔잔하고 침착한 톤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차 미·북 정상회담에 이어 내년 초로 예상되는 두 번째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접촉인 만큼 ‘롤러코스터’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양측이 핵심 쟁점의 막판 절충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을 ‘북한 2인자’로 지칭하는 등 이번 회담에 상당한 기대를 보여왔다. 언론과의 수차례 인터뷰에서도 “진짜 진전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북한을 겨냥한 발언을 여러 차례 쏟아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같은 ‘가짜 진전’ 외에 영변핵시설에 대한 국제 사찰 등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관해 논의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과 북한 모두 판을 깨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도 “북한으로선 핵사찰 등에 대한 대가가 정확히 무엇인지를 이번 회담에서 듣길 원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철과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7일 평양 회담 이후 여태껏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8월 예정됐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김영철의 ‘협박성 편지’로 인해 무산됐다. 당시 김영철은 ‘종전선언 등 북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선물을 가져오지 않으려면 오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한 정상의 ‘9·19 평양선언’으로 경색 국면이 풀렸지만 1개월 반이 넘도록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회담이 언제 재개될지에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언급을 할지가 관건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러브콜’이 다시 나온다면 김영철의 뉴욕행이 살아날 수도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등 우방과의 조율을 마친 뒤로 미뤄질 가능성도 높다. 김 대변인은 “북·미 회담과 2차 정상회담 모두 동력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