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분야 시민단체 "수시 대신 수능 위주 정시 늘려야"
숙명여고 前교무부장 구속에 커지는 내신·대입 불신
딸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서울 숙명여고 전임 교무부장 A(53)씨가 구속되면서 내신과 대학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대입개편 과정에서 학생부종합전형 등 주로 내신 비교과 부문으로 향하던 불신의 눈초리가 교과 부문으로도 번지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7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A씨의 구속이 결정되자 학생·학부모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학교 내신 관리의 문제점과 제도적 허점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법원이 구속영장 사유로 증거 인멸의 우려와 함께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언급한 점에 대해서는 그간 제기된 여러 의혹과 이에 대한 정황증거를 법원이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이라는 해석이 따라붙고 있다.

한 누리꾼(아이디: ice****)은 "전국 고등학교를 전수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며 "안 걸린(드러나지 않은) 비리가 많을 듯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아이디: 201****)은 "유명무실한 상피제(相避制)가 법적으로 제도화돼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학생·학부모들의 분노는 학교 내신이 입시결과에 직결되는 현행 대입체계로 번지는 모양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고2 학생들이 치를 2020학년도 대입에서는 전국 4년제 대학이 모집인원의 77.3%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수시모집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 전형이 대부분인 정시모집과 달리 교과성적을 주요 전형요소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비교과까지 전형요소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의 경우 학교 간 학력차 등을 고려해 교과전형을 거의 시행하지 않고 있지만 학생부종합전형 역시 일정 수준의 교과성적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교과 내신의 영향력이 크다.

이처럼 대입에서 내신의 비중이 커질 대로 커졌는데 아직 내신 관리에 대한 제도적 허점이 많아 대학 입시 결과 자체가 공정성·신뢰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학생·학부모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시험지·답안지나 학교생활기록부에 손을 댔다가 문제가 된 사례는 최근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광주에서는 모 고등학교의 전직 기간제 교사(36)가 1학년 학생과 성관계를 맺고 성적을 조작해 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지난달 구속됐다.

고3 내신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됐던 광주의 다른 고교 행정실장(58)과 학부모(52)는 지난달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시험문제 관리와 상피제 적용 등 내신 관리를 위한 제도를 정비하는 것뿐 아니라 아예 대입에서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오는 것 또한 이런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원단체가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교사들이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소영 정시확대추진전국학부모모임 대표는 "교사들조차 내신 비리에 대한 합리적 의구심을 제기하거나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으니 학부모들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분야 시민단체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숙명여고 사태는 국민이 절대 용서하지 않는 3대 비리(입시·병역·채용비리) 가운데 하나"라며 "(학교 현장에) 내신 비리가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밖에 없어 학생·학부모는 내신을 신뢰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신 비리가 반복되고 있으므로 수시·학종은 폐지하고 정시·수능을 9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이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