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리더'…혁신하려면 직원들이 뛰게 하라"
이어폰을 쓰지 않고도 전화 통화를 할 순 없을까. 스마트 시곗줄 ‘시그널’은 삼성전자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손목에 밴드를 차고 손가락 끝을 귀에 대면 전화를 건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는 제품이다. 시그널을 개발한 우리들연구소는 삼성전자 사내 벤처로 출발해 2015년 9월 분사에 성공했다.

이재일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장(상무·사진)은 7일 ‘글로벌 인재포럼 2018’에서 ‘사내 기업가정신, 기업성장의 경쟁력’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대기업이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우리들연구소와 같은 사내 벤처를 키우면 얼마든지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우선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 있는 삼성전자 임직원의 80%는 20~30대”라며 “이들은 생각이 자유롭고 누가 시키는 일보다 자신이 관심있는 일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율 근무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리더를 맡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 등이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센터장은 직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사내 집단지성 시스템인 ‘모자이크’를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 생활 속 AI(인공지능) 시나리오’라는 주제를 두고 모든 임직원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제안된 아이디어는 약 16만 건으로 이 가운데 실행된 아이디어만 500건 이상이다. 사업 부문별로 아이디어를 받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의견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에 이어 주제 발표자로 나선 마크 마이어 미국 노스이스턴대 경영학 교수도 사내 기업가정신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공유했다. 그는 직원들의 아이디어에 지나친 완벽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데다 정작 조직 차원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작업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그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직원들의 사기를 꺾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이어 교수는 “기업 혁신의 주인공은 임원이 아니라 직원”이라며 “아이디어를 냈다가 실패하는 직원에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가령 초콜릿 엠앤엠을 생산하는 미국 식품기업 마스의 임원들은 사내 혁신을 추진했다가 실패하는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겠다고 서명하기도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