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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모바일 디스플레이 기술의 미래입니다. 우리는 수십만 번 접었다 펼쳐도 견딜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개발했습니다.”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이벤트 전시장인 모스콘센터. 저스틴 데니슨 삼성전자 미국법인 모바일 담당 상무가 양복 안주머니에서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를 꺼내자 개발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출시할 ‘폴더블폰’에 장착할 제품이다.

데니슨 상무는 “접었을 때도 날씬한 두께를 유지하기 위해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강조했다.
< 나비 날개 같은 폴더블 디스플레이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 2018’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뒤쪽 대형 화면 속 나비는 수첩처럼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을 상징한다.  /삼성전자  제공
< 나비 날개 같은 폴더블 디스플레이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 2018’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뒤쪽 대형 화면 속 나비는 수첩처럼 접을 수 있는 폴더블폰을 상징한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 폴더블폰 마무리 개발 중

삼성전자가 화면을 접고 펼 수 있는 폴더블폰에 탑재할 디스플레이와 사용자환경(UI) 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원(one) UI’로 이름 붙인 새 UI는 폴더블폰을 포함해 내년부터 출시하는 대부분의 삼성 스마트폰에 적용될 예정이다. 간결하게 정돈된 아이콘과 가독성을 높인 화면 배치가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원 UI를 담은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로 폴더블폰의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폴더블폰은 화면을 접으면 스마트폰, 펼치면 태블릿PC로 사용할 수 있는 수첩 모양의 제품이다. 접은 상태에서 바깥쪽 디스플레이에서 사용하던 앱(응용프로그램)은 화면을 펼쳐도 안쪽 큰 디스플레이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다양한 앱을 한꺼번에 실행하는 ‘멀티태스킹’ 기능도 기존 스마트폰보다 강화했다. 안쪽 큰 화면에서는 인터넷 브라우징, 동영상 시청, 메신저 사용 등 3개의 앱을 동시에 쓸 수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 폴더블폰 운영체제(OS)와 UI 개발에도 협력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구글 등이 참여하는 폴더블폰 관련 세션도 마련했다. 개발자들이 앞으로 삼성 폴더블폰에 최적화한 앱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화웨이·LG전자 등도 경쟁 가세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폴더블폰 UI 등을 공개하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 간 폴더블폰 개발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지난달 말 중국 디스플레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로욜은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 ‘플렉스파이’를 깜짝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타이틀은 중국 업체에 빼앗겼지만 제품 완성도를 높여 폴더블폰 시장을 주도하기로 했다.

로욜의 폴더블폰은 화면을 접으면 4인치 스마트폰으로, 펼치면 7.8인치 태블릿으로 활용할 수 있다. 넓은 화면을 통해 문서 작업이나 동영상,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제작한 게 특징이다. 구부러지는 화면은 20만 번 이상 접었다 펼 수 있는 내구성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내년부터는 화웨이, ZTE, 레노버 등 중국 업체와 LG전자 등도 다양한 형태의 폴더블폰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화웨이는 8인치 화면이 안쪽으로 접히는 ‘인폴딩’ 방식의 폴더블폰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레노버는 디스플레이가 밖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방식의 폴더블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폴더블폰을 일부 공개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화면 베젤(테두리) 등을 최소화해 몰입감을 높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더블폰은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주고 있다. 이용자들이 큰 화면을 통해 게임, 영화 등 다양한 동영상 미디어를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 기폭제 되나

폴더블폰은 스마트폰업계에서 10여 년 만에 이뤄지는 ‘혁명적’ 디자인 변화를 의미한다. 2007년 애플 아이폰이 탄생하면서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으로 큰 외형 변화를 거친 것처럼 휴대폰 시장은 다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모두 폴더블폰 개발에 힘쓰는 이유다.

이런 폴더블폰이 성장 한계에 다다른 스마트폰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기존 스마트폰은 MP3 플레이어, 전자사전, 내비게이션 등의 시장을 흡수했다. 폴더블폰도 태블릿이나 노트북PC 이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글로벌 폴더블폰 판매량이 내년 320만 대를 시작으로 2022년엔 501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폴더블폰이 기존 스마트폰 시장을 송두리째 바꾸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련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시장이 함께 열려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실물 공개에 앞서 UI와 콘텐츠, 앱 개발 등을 강조한 배경이다.

폴더블폰의 비싼 가격도 문제다. 폴더블폰 가격은 최소 180만~2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미지수다.

샌프란시스코=안정락 특파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