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안심하라지만…美 제재에 이란 민생 곳곳 '이상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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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폭등에 민생고 심각해져…내년 3월 실업 대란 우려
"美 제재 부당하지만 일상에 큰 악영향 주는 것도 현실" 미국이 2단계 대이란 제재를 재개한 5일(현지시간) 이란 보건부 대변인은 우려 섞인 보도문을 냈다.
이 보도문에서 그는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이란인의 주식이라고 할 수 있는 우유, 치즈, 요구르트, 버터의 가격이 급상승한 탓에 아이들의 유제품 섭취량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 유제품을 충분히 먹지 않으면 뼈가 약해지고 이 아이들이 커서 골다공증 같은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며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개인과 사회적 비용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부당성을 부각하면서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민심의 동요를 최대한 막으려 하지만 실제 이란 국민의 실생활에 제재가 미치는 영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정부는 안심하라고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폭락했고 이 여파로 이란의 물가 상승은 심상치 않다.
이란중앙은행이 발표한 최신 자료를 보면 7월 20일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우유는 9%, 요구르트는 8.5%, 치즈 16.2%, 버터가 52.8%나 가격이 올랐다.
넉 달 전 정부가 발표한 수치인 점을 고려하면 더 상황이 어려워진 최근에 서민이 실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4∼5배는 된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이란 서민들이 가장 많이 먹는 탓에 가장 예민하게 주시하는 계란 가격은 7월 20일 현재 중앙은행 통계로 1년 전보다 40% 상승했다.
실제로는 배 이상 오른 셈이나 다름없다.
테헤란 시민 라자에이(40)씨는 "트럼프는 이란이 핵합의를 지켰는데도 자기 마음대로 이란에 제재를 가했다"며 "제재가 부당하지만, 내 가족의 생활과 재산에 악영향을 직접 미치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가장 멀리하고 적대하는 나라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위력'을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란 정부는 물가가 민심을 가장 강하게 흔드는 경제 요인이라고 보고 생활필수품과 식료품, 차량의 가격을 억누르고 있으나 이런 관치 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란 자동차생산연합은 4일 "부품 가격은 오르는 데 정부가 비현실적인 가격을 책정해 이를 지키라고 하니 자동차 관련 기업이 엄청난 손해를 본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부품회사부터 차례로 문을 닫아 이란에서 차 생산이 중단되고 이는 곧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정부의 조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미국이 8월 1단계 제재를 복원했을 때와 달리 5일 이란 리알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미국이 한국, 인도 등 이란산 원유 주요 수입국 8곳을 제재 예외국으로 지정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핵합의가 이행된 2016년 1월에 비교하면 시장에서 평가되는 이란 리알화의 가치는 약 5분의 1로 추락했다.
자국화 환율의 변동이 불안하다 보니 이란 국민은 달러화를 모으는 게 자신의 재산 가치를 보호하는 주요 재테크 수단이 됐다.
테헤란에서 무역업을 하는 알리 아흐마드 씨는 "이란은 전 국민이 환율 딜러라고 보면 된다"며 "환율 사이트를 일할 때도 띄워놓고 주식이나 비트코인처럼 매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가 엄습하면서 이란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점이 의약품이다.
의약품은 인도적 물품으로 분류돼 제재 대상이 아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5일 대이란 제재를 발표하면서 "이란 내 거래 상대가 제재 대상이 아니라면 의약품은 이란에 수출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란과 교역 대금 결제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유럽, 아시아의 의약품 수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란 언론인 네가르 모르타자비는 5일 트위터에 "폼페이오는 이란에 의약품 수출은 제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금융, 은행 제재로 어떤 무역 거래도 어렵다는 점은 말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란 네티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Sanctions_target_me'(제재의 표적은 나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미국의 비인도적 제재에 항의하고 있다.
이번 제재와 수위가 비슷했던 2012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때도 항암제, 인슐린, 혈압 관련 약품 수입이 거의 끊기고 가짜 약이 판매돼 중증 만성질환 환자 10만여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6년 전 제재를 겪어 본 이란 국민은 식료품, 생필품과 같이 줄이거나 대체하지 못하는 필수 의약품이 공급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에선 지난달 머릿니를 없애려고 유치원에서 준 가짜 약을 먹은 5, 3세 자매가 사망해 부모들이 바짝 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월 이란해외투자공사(IFIC)가 프랑스의 파산한 제약회사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폐결핵, 방광염 치료제를 제약하는 회사로 이란 정부가 제재에 대비해 의약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지난달 21일 최고지도자가 국부펀드에서 10억 달러를 인출해 의약품과 관련한 국영·민간 회사를 지원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경제, 사회의 가장 심각한 불안요소인 취업난도 비관적이다.
이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6∼9월 10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실업률은 12.2%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포인트 올랐다.
특히 이 연령대의 여성 실업률은 19.8%로 남성의 배에 가까웠다.
핵합의 이행 이후 이란의 일자리를 창출했던 외국 기업의 진출과 투자가 제재로 매우 축소될 전망이어서 취업난은 사회 문제로 확대할 수 있다.
이란에선 매년 새해(이란력으로 3월21일) 전에 고용 계약을 갱신하는 데 내년 3월이 지나면 실업자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실업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
"美 제재 부당하지만 일상에 큰 악영향 주는 것도 현실" 미국이 2단계 대이란 제재를 재개한 5일(현지시간) 이란 보건부 대변인은 우려 섞인 보도문을 냈다.
이 보도문에서 그는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면서 이란인의 주식이라고 할 수 있는 우유, 치즈, 요구르트, 버터의 가격이 급상승한 탓에 아이들의 유제품 섭취량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 유제품을 충분히 먹지 않으면 뼈가 약해지고 이 아이들이 커서 골다공증 같은 질병에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며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개인과 사회적 비용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부당성을 부각하면서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민심의 동요를 최대한 막으려 하지만 실제 이란 국민의 실생활에 제재가 미치는 영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정부는 안심하라고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폭락했고 이 여파로 이란의 물가 상승은 심상치 않다.
이란중앙은행이 발표한 최신 자료를 보면 7월 20일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우유는 9%, 요구르트는 8.5%, 치즈 16.2%, 버터가 52.8%나 가격이 올랐다.
넉 달 전 정부가 발표한 수치인 점을 고려하면 더 상황이 어려워진 최근에 서민이 실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4∼5배는 된다는 게 현지의 분위기다.
이란 서민들이 가장 많이 먹는 탓에 가장 예민하게 주시하는 계란 가격은 7월 20일 현재 중앙은행 통계로 1년 전보다 40% 상승했다.
실제로는 배 이상 오른 셈이나 다름없다.
테헤란 시민 라자에이(40)씨는 "트럼프는 이란이 핵합의를 지켰는데도 자기 마음대로 이란에 제재를 가했다"며 "제재가 부당하지만, 내 가족의 생활과 재산에 악영향을 직접 미치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가장 멀리하고 적대하는 나라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위력'을 가장 잘 체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란 정부는 물가가 민심을 가장 강하게 흔드는 경제 요인이라고 보고 생활필수품과 식료품, 차량의 가격을 억누르고 있으나 이런 관치 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란 자동차생산연합은 4일 "부품 가격은 오르는 데 정부가 비현실적인 가격을 책정해 이를 지키라고 하니 자동차 관련 기업이 엄청난 손해를 본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부품회사부터 차례로 문을 닫아 이란에서 차 생산이 중단되고 이는 곧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정부의 조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미국이 8월 1단계 제재를 복원했을 때와 달리 5일 이란 리알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다.
미국이 한국, 인도 등 이란산 원유 주요 수입국 8곳을 제재 예외국으로 지정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핵합의가 이행된 2016년 1월에 비교하면 시장에서 평가되는 이란 리알화의 가치는 약 5분의 1로 추락했다.
자국화 환율의 변동이 불안하다 보니 이란 국민은 달러화를 모으는 게 자신의 재산 가치를 보호하는 주요 재테크 수단이 됐다.
테헤란에서 무역업을 하는 알리 아흐마드 씨는 "이란은 전 국민이 환율 딜러라고 보면 된다"며 "환율 사이트를 일할 때도 띄워놓고 주식이나 비트코인처럼 매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가 엄습하면서 이란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점이 의약품이다.
의약품은 인도적 물품으로 분류돼 제재 대상이 아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5일 대이란 제재를 발표하면서 "이란 내 거래 상대가 제재 대상이 아니라면 의약품은 이란에 수출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란과 교역 대금 결제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유럽, 아시아의 의약품 수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란 언론인 네가르 모르타자비는 5일 트위터에 "폼페이오는 이란에 의약품 수출은 제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금융, 은행 제재로 어떤 무역 거래도 어렵다는 점은 말하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란 네티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Sanctions_target_me'(제재의 표적은 나다)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미국의 비인도적 제재에 항의하고 있다.
이번 제재와 수위가 비슷했던 2012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때도 항암제, 인슐린, 혈압 관련 약품 수입이 거의 끊기고 가짜 약이 판매돼 중증 만성질환 환자 10만여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6년 전 제재를 겪어 본 이란 국민은 식료품, 생필품과 같이 줄이거나 대체하지 못하는 필수 의약품이 공급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에선 지난달 머릿니를 없애려고 유치원에서 준 가짜 약을 먹은 5, 3세 자매가 사망해 부모들이 바짝 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월 이란해외투자공사(IFIC)가 프랑스의 파산한 제약회사에 3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는 폐결핵, 방광염 치료제를 제약하는 회사로 이란 정부가 제재에 대비해 의약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지난달 21일 최고지도자가 국부펀드에서 10억 달러를 인출해 의약품과 관련한 국영·민간 회사를 지원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경제, 사회의 가장 심각한 불안요소인 취업난도 비관적이다.
이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6∼9월 10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실업률은 12.2%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7%포인트 올랐다.
특히 이 연령대의 여성 실업률은 19.8%로 남성의 배에 가까웠다.
핵합의 이행 이후 이란의 일자리를 창출했던 외국 기업의 진출과 투자가 제재로 매우 축소될 전망이어서 취업난은 사회 문제로 확대할 수 있다.
이란에선 매년 새해(이란력으로 3월21일) 전에 고용 계약을 갱신하는 데 내년 3월이 지나면 실업자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실업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