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양육'의 변화를 이끌겠다"…맥킨지 나와 배송회사 차린 청년[펫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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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이 반려동물 콘텐츠 [허그]를 선보입니다. '포옹하다' '안다'라는 영어단어 'Hug'에서 의미를 따와 '반려동물을 힘차게 끌어안자'는 뜻을 담았습니다. [허그] 안의 [펫북] 코너로 반려동물 이야기와 동영상을, [펫人]에서 인터뷰 기사를 다룹니다. 펫비즈니스부터 펫헬스까지 다양한 콘텐츠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준비되지 않은 '펫 양육'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참 많아요. 자녀가 햄버거를 좋아한다고 해서 하루 세끼 햄버거를 사주는 부모는 세상에 없습니다. 반려동물도 마찬가지에요. 강아지와 함께 건강하게 지내려면 올바른 양육 문화가 자리잡아야 합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McKinsey & Company)를 박차고 나와 반려동물 사업에 뛰어든 구원회 더식스데이 대표(사진·31)는 가장 먼저 잘못된 펫 양육 방식을 지적했다.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양육 문화를 바꾸고 싶어 회사를 직접 세웠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더식스데이가 서비스 중인 '돌로박스(DOLOBOX)'는 매달 수의사와 함께 차린 제철 간식과 필요한 용품을 배송해 주는 종합 건강세트다.
2017년 6월, 구 대표와 임상 수의사 등 3명이 공동으로 법인을 설립했고, 같은 해 9월 중 돌로박스의 첫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돌로박스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란 뜻을 담아 유행된 욜로(YOLO)에서 착안해 '강아지 인생도 한 번뿐이다(Dog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돌로박스에 담긴 제철 간식과 용품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나온 유일무이한 제품이다. '건강한 삼색빼빼로' '저칼로리 단호박 덴탈엿' '콜라겐덩어리 돼지귀' 등 단 하나뿐인 레시피로 조리된 간식과 기획 상품 등로 구성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더 유명한 돌로박스는 10월에 강아지용 수제 맥주와 안주(강황·닭가슴살 소시지) 세트로 SNS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구 대표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다니다 미국 동부지역 명문 사립대학인 브라운 대학교에 입학했다. 우등생으로 학부를 졸업한 그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에 입사했고, 그곳에 3년간 컨설턴트로 일했다.
소비재 분야의 프로젝트를 주로 맡아온 덕분에 2014년께 휠라 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이후 이직 3년 만에 창업에 도전했다.
"학부 전공은 '응용수학'입니다. 맥킨지에 입사하고 나서는 서울 오피스를 기반으로 일했어요. 영국 런던과 싱가포르에서 해외 프로젝트에도 기여했고요. 이 과정에서 소비재와 유통쪽에 커다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어렵게 들어간 맥킨지에 사표를 낸 이유가 궁금했다.
"어린 나이에 컨설팅을 해 본 사람들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겁니다.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만, 대기업들 위주로 컨설팅을 하다 보니까 제안한 사항들이 곧바로 실행되기 어려워요. 회사마다 제약 사항들도 많아서 '내가 직접 일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자주 느끼죠. 변화를 수행하는 쪽이 아니라서 어드바이저로서 답답함을 많이 느껴요." 현장으로 고른 회사가 휠라였다. 휠라 코리아의 서울 양재동 사무실로 자리를 옮긴 그는 전사전략팀에서 새롭게 일했다. 그렇게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휠라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급격한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당시 휠라의 브랜드 가치는 곤두박질치고 있었어요. 휠라의 재건을 위해 전략실이 꾸려졌고, 합류했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정말 재미있게 일했던 기억입니다. 휠라 스포츠를 필두로 해 소싱 마케팅 영업 매장에 이르기까지 전 제품의 생산 과정을 들여다보고 개선 방안을 짰죠."
2016년 9월, 이 전략실은 신발사업본부가 10~20대를 겨냥한 테니스화 콘셉트의 복고풍 신발 '코트디럭스'를 시장에 선보이는데 힘을 보탰다. 이 운동화는 매대에 올리자마자 10만켤레 이상 팔려나갔고, 출시 석달 만에 그 해에만 50만켤레의 판매고를 올렸다. 운동화 덕에 휠라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까지 불티나게 팔렸고 영업실적도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나갔다.
"회사를 나와서도 휠라가 성장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면 기뻐요. 휠라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나의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경영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좀 더 의미있는 분야에서 열정을 쏟기로 했고, 그 출발선을 펫시장으로 결정했어요."
경쟁에 나선 시장이 왜 반려동물인지, 주력 사업으로 배송서비스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다.
"펫사업은 내수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소수 분야에요. 하지만 시장의 성장속도 만큼 견주들의 니즈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어요. 견주들이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찾는 정보의 키워드가 바로 '양육'이에요. '제대로 키우는 방법'을 알고 싶어한다는 이야기죠."
더식스데이의 공동창업자는 임상(치과·안과 전문) 수의사다. 또 행동학, 영양학 전문 수의사들과도 협업 중이다. 세상에 없던 펫 간식이 출시될 수 있는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수의사가 전체적인 상품을 기획하고, 식재료를 활용한 레시피와 각종 용품의 설계도를 그립니다. 이 과정에서 수의대를 졸업하고 행동학과 영양학을 더 공부한 수의사들이 어드바이저(고문)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영양 전문 수의사는 동서양 영양학을 공부한 뒤 영양 전문 펫클리닉을 운영 중이고, 행동 전문 수의사는 미국에서 활동 중입니다. 이들과 함께 매달 유선과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자문단 회의를 엽니다." 돌로박스에는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은 신선식품을 포함해 6~7개 품목이 담긴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PC와 모바일 결제 직후부터 간식을 생산해 1주일 이내에 배송된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작년 9월 이후 매달 30%씩 성장하고 있다. 돌로박스의 정기구독료는 월 3만4900원이다.
"우리 회사는 머천다이저(MD·상품기획자) 기반의 기존 유통기업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품을 팔아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필요한 제품이나 공급업체를 찾아가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라면 더식스데이는 먼저 기획을 짜서 맞춤형 제품을 개발합니다. 가령 9월에 산책을 가면 유의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있는지 등을 뽑아내 식재료를 준비하고 용품을 디자인하죠.
가까운 미래에 사료 시장을 뺀 간식, 의류, 용품 등 대부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구 대표의 목표다. 대기업과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강아지의 개체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배송을 할 때 상품설명서와 함께 임상, 영양, 행동 수의사가 알려주는 '이달의 양육 팁(조언)'을 담은 리플렛도 넣어요. 리플렛에 QR코드를 통해 소비자들의 만족도와 다양한 의견을 받고 있죠. 양육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라서 견주의 만족도와 다양한 의견이 사실상 성장의 핵심이에요."
글 =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사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McKinsey & Company)를 박차고 나와 반려동물 사업에 뛰어든 구원회 더식스데이 대표(사진·31)는 가장 먼저 잘못된 펫 양육 방식을 지적했다.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양육 문화를 바꾸고 싶어 회사를 직접 세웠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더식스데이가 서비스 중인 '돌로박스(DOLOBOX)'는 매달 수의사와 함께 차린 제철 간식과 필요한 용품을 배송해 주는 종합 건강세트다.
2017년 6월, 구 대표와 임상 수의사 등 3명이 공동으로 법인을 설립했고, 같은 해 9월 중 돌로박스의 첫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돌로박스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란 뜻을 담아 유행된 욜로(YOLO)에서 착안해 '강아지 인생도 한 번뿐이다(Dog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돌로박스에 담긴 제철 간식과 용품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나온 유일무이한 제품이다. '건강한 삼색빼빼로' '저칼로리 단호박 덴탈엿' '콜라겐덩어리 돼지귀' 등 단 하나뿐인 레시피로 조리된 간식과 기획 상품 등로 구성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더 유명한 돌로박스는 10월에 강아지용 수제 맥주와 안주(강황·닭가슴살 소시지) 세트로 SNS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구 대표는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다니다 미국 동부지역 명문 사립대학인 브라운 대학교에 입학했다. 우등생으로 학부를 졸업한 그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맥킨지에 입사했고, 그곳에 3년간 컨설턴트로 일했다.
소비재 분야의 프로젝트를 주로 맡아온 덕분에 2014년께 휠라 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현장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이후 이직 3년 만에 창업에 도전했다.
"학부 전공은 '응용수학'입니다. 맥킨지에 입사하고 나서는 서울 오피스를 기반으로 일했어요. 영국 런던과 싱가포르에서 해외 프로젝트에도 기여했고요. 이 과정에서 소비재와 유통쪽에 커다란 관심을 갖게 됐어요."
어렵게 들어간 맥킨지에 사표를 낸 이유가 궁금했다.
"어린 나이에 컨설팅을 해 본 사람들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겁니다.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만, 대기업들 위주로 컨설팅을 하다 보니까 제안한 사항들이 곧바로 실행되기 어려워요. 회사마다 제약 사항들도 많아서 '내가 직접 일을 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자주 느끼죠. 변화를 수행하는 쪽이 아니라서 어드바이저로서 답답함을 많이 느껴요." 현장으로 고른 회사가 휠라였다. 휠라 코리아의 서울 양재동 사무실로 자리를 옮긴 그는 전사전략팀에서 새롭게 일했다. 그렇게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휠라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급격한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당시 휠라의 브랜드 가치는 곤두박질치고 있었어요. 휠라의 재건을 위해 전략실이 꾸려졌고, 합류했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정말 재미있게 일했던 기억입니다. 휠라 스포츠를 필두로 해 소싱 마케팅 영업 매장에 이르기까지 전 제품의 생산 과정을 들여다보고 개선 방안을 짰죠."
2016년 9월, 이 전략실은 신발사업본부가 10~20대를 겨냥한 테니스화 콘셉트의 복고풍 신발 '코트디럭스'를 시장에 선보이는데 힘을 보탰다. 이 운동화는 매대에 올리자마자 10만켤레 이상 팔려나갔고, 출시 석달 만에 그 해에만 50만켤레의 판매고를 올렸다. 운동화 덕에 휠라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까지 불티나게 팔렸고 영업실적도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나갔다.
"회사를 나와서도 휠라가 성장 중이라는 소식이 들리면 기뻐요. 휠라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나의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경영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좀 더 의미있는 분야에서 열정을 쏟기로 했고, 그 출발선을 펫시장으로 결정했어요."
경쟁에 나선 시장이 왜 반려동물인지, 주력 사업으로 배송서비스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했다.
"펫사업은 내수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 중인 소수 분야에요. 하지만 시장의 성장속도 만큼 견주들의 니즈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어요. 견주들이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찾는 정보의 키워드가 바로 '양육'이에요. '제대로 키우는 방법'을 알고 싶어한다는 이야기죠."
더식스데이의 공동창업자는 임상(치과·안과 전문) 수의사다. 또 행동학, 영양학 전문 수의사들과도 협업 중이다. 세상에 없던 펫 간식이 출시될 수 있는 원동력이 여기에 있다.
"수의사가 전체적인 상품을 기획하고, 식재료를 활용한 레시피와 각종 용품의 설계도를 그립니다. 이 과정에서 수의대를 졸업하고 행동학과 영양학을 더 공부한 수의사들이 어드바이저(고문)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영양 전문 수의사는 동서양 영양학을 공부한 뒤 영양 전문 펫클리닉을 운영 중이고, 행동 전문 수의사는 미국에서 활동 중입니다. 이들과 함께 매달 유선과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자문단 회의를 엽니다." 돌로박스에는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은 신선식품을 포함해 6~7개 품목이 담긴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PC와 모바일 결제 직후부터 간식을 생산해 1주일 이내에 배송된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작년 9월 이후 매달 30%씩 성장하고 있다. 돌로박스의 정기구독료는 월 3만4900원이다.
"우리 회사는 머천다이저(MD·상품기획자) 기반의 기존 유통기업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품을 팔아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필요한 제품이나 공급업체를 찾아가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라면 더식스데이는 먼저 기획을 짜서 맞춤형 제품을 개발합니다. 가령 9월에 산책을 가면 유의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있는지 등을 뽑아내 식재료를 준비하고 용품을 디자인하죠.
가까운 미래에 사료 시장을 뺀 간식, 의류, 용품 등 대부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구 대표의 목표다. 대기업과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강아지의 개체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데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배송을 할 때 상품설명서와 함께 임상, 영양, 행동 수의사가 알려주는 '이달의 양육 팁(조언)'을 담은 리플렛도 넣어요. 리플렛에 QR코드를 통해 소비자들의 만족도와 다양한 의견을 받고 있죠. 양육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라서 견주의 만족도와 다양한 의견이 사실상 성장의 핵심이에요."
글 =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사진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