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삼바' 가치 고의로 약 3배로 뻥튀기…투자자 기만한 사기행위"
금융위원장 "'삼바 의혹' 삼성물산 감리 주장 일리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건과 관련해 모회사인 삼성물산을 감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일리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위한 것으로 삼성물산 감리가 필요하다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감리는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가 판단할 문제"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이 2015년 7월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부풀려 이 회사의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과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리한 합병 비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자 2011년 설립 이후 적자를 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에 상장되기 직전인 2015년 1조9천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회계처리됐다.
금융위원장 "'삼바 의혹' 삼성물산 감리 주장 일리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예결위 질의에 이어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삼성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그는 "삼정과 안진회계법인이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자체평가금액 3조원보다 거의 3배인 8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며 "삼성은 이것이 엉터리 자료임을 알면서도 국민연금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는 투자자를 기만한 사기행위"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자체평가액(3조원)과 시장평가액(평균 8조원 이상)의 괴리에 따른 시장 영향(합병비율의 적정성, 주가하락 등)의 발생 예방을 위한 안진회계법인과의 세부인터뷰 진행'이라고 적힌 2015년 8월 5일 삼성 내부문건 등을 이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그는 "안진회계법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시중 증권사 투자보고서의 숫자를 더해 나눠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산정했다"며 "유치원 원장도 이렇게 회계를 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놀라운 것은 이런 행위를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이 증권사 보고서 평균값 가치평가라는 전대미문의 평가 방식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삼성 내부문서에 따르면 삼성은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행사에 따른 부채 계상과 평가손실 반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중,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흑자회사로 둔갑시켰다"고도 말했다.

그는 "결국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고,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의분식회계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내용에 대해 삼성이나 해당 회계법인이 입장을 표명해온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의 지적 내용에 대해 최 위원장은 "사안의 핵심적인 내용 가운데 하나로 증선위에서 모두 논의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선위의 삼성 감싸기 의혹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떤 외부 영향이나 압력 없이 독자적으로 공정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전혀 근거 없는 말"이라고 대답했다.

최 위원장은 "사안이 복잡해 시간이 걸리고 있고 민간위원 위주로 논의되고 있다"며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공정하게 객관적인 결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