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으르렁대던 트럼프와 아마존, '적과의 동침'할까
아마존 주가가 7일(현지시간) 폭등했습니다. 지난 한두달간 최대 28%까지 폭락했던 아마존은 이날 112.68달러, 6.86% 올라 주당 1,755.4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랠리를 벌인 나스닥 기술주 중에서도 단연 압도적 상승률입니다.

여러 이유가 지적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아마존에 대한 반독점법 조사 등 규제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승리로 좀 어려워지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이는 구글, 페이스북 등에도 동일합니다. 이들 거대 기술기업들은 모두 민주당 성향이지요.

또 이날 아마존은 인공지능(AI) 음성인식 서비스 알렉사와 아마존뮤직을 멕시코 시장에서 론칭한다고 발표했고, 자회사 홀푸드는 그로서리 픽업 서비스를 확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존의 미국 헬스케어 시장에서의 역할 확대 기대가 아닐까 합니다.
미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날 투표한 유권자들에게 투표에 나선 이유를 물었더니 41 퍼센트가 헬스케어 이슈를 들었습니다. 2위가 반이민 문제였는데 23퍼센트, 3위가 경제로 22퍼센트였습니다.
항상 1위를 차지했던 경제가 3위로 쳐지고,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헬스케어, 즉 의료비와 비싼 약값 때문에 투표하러 갔다고 밝힌 겁니다.

특히 어제 투표율은 중간선거치고는 기록적이었습니다. 모두 1억1400만명이 투표해서 2014년 8300만명보다 3000만명 가까이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헬스케어, 즉 약값 인하 문제는 향후 2020년 대선에 있어서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여러번 약값 인하 조치를 발표했지만 약값은 요지부동입니다.

한 월스트리트 관계자는 "아마존이 해결책"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마존을 통해 의약품을 대량 유통시켜 마진을 낮추고, 유럽 아시아 등에서 싼 약을 들여오자는 겁니다. 세계 1위 처방약인 휴미라(류마티스 치료제)같은 약도 사실 미국에서 유럽보다 훨씬 비싸게 팔리고 있거든요.

아마존은 지난 몇년간 의약시장에 진입하려고 시도해왔습니다.

JP모간체이스, 버크세헤서웨이와 함께 자체 직원들을 위한 헬스케어 회사를 만들기로 했구요. 지난 6월에는 미국 50개 주 전체에 의약품 유통 면허를 가진 온라인 약국 필팩(PillPack)를 인수했습니다.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의 이런 활동을 지원한다면 요지부동인 미국의 약값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휴미라의 경우 미국인 환자 1인당 1년 약값이 1만~2만2000달러에 달합니다. 물질특허가 2016년 끝났지만, 제약사인 앱비에서 제조특허를 여러개 내는 바람에 미국 시장에선 바이오시밀러도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고 견제하는 아마존, 그리고 제프 베이저스와 손을 잡고 미국 유권자들의 핵심 이슈인 약값 인하를 추진할까요?

아마존 주가가 여기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